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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짓기교실>5.詩語의 선택과 표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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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시조(시)를 처음 쓰는 사람들로부터 자주 듣는 말이 있다.『시조(시)가 잘 써지지 않는다』는 것이다.필자 역시 예외일 수없다.그러나 그 원인은 간단하다.
첫째는 표현하고자 하는 사물(대상)에 관한 관찰이 정확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글쓰기를 시작한 경우고,둘째는 대상을 표현함에 있어 그에 적합한 말을 찾지 못한 상태기 때문이다.만일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에 대한 정확한 관찰이 이 루어지고 또그에 적합한 말을 찾아 쓸 수만 있다면 시조(문학)쓰기란 그렇게 어려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사실 시어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우리가 일상 생활속에서 사용하고 있는 말들에서 선택해 갈고 닦아 쓰는 말이 시어이기 때문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의 말과 다른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일상어란 사전적인 뜻의 단일한 의미를 지닌 말을 지칭한다.우리의 감정 및 정보를 지시적이며 실용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말이다.단순한 의미의 낱말을 무의식적이며 습관적인 어법에 따라 사용하고 있는 것이 일상어다.이에 반해 시어란 비실 용적이며 복합적인 의미를 지닌 말들로서 하나의 낱말이 하나의 문맥속에서 다른 낱말들과 어떻게 관련되고 연결되는가에 따라 그 지시 대상과 의미의 진폭이 서로 다른 정서를 낳게 되는 말이다.
시조는 본질적으로 서정시다.서정시란 개인의 정서와 상상이 인상적인 리듬과 더불어 표현되는 짧은 시다.그중에서도 시조는 순간적이며 절박하고도 긴장된 감정을 압축된 형태로 표출해내는 정형시다.순간적으로 긴장된 감정 상태를 압축된 형태 속에서 질서화(정형화)해 나가는 구체적인 도구가 시어며,새롭게 발견된 사물의 의미를 예술적(서정적)세계로 형상화시켜 나가는데는 다양한표현법이 따르게 마련이다.
여기서 비유나 생략등 각종의 수사법이 동원되고,시조는 그 형식상의 특성에 따라 격조와 리듬 을 살린 언어의 음률적인 구사와 함축된 의미의 간결한 표현이 요구된다.
고도의 생략적인 기법을 통해 절제된 표현을 얻어냈을 때 비로소 우리에게 경이로움과 신비로움을 전달해 줄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시조는 현대적 감성이 자아올리는 새로운 서정세계를 요구하고 있다.처음 시조를 쓰는 사람들은 먼저 문법적으로 완전한 문장으로 정확히 전달(표현)하는데 힘써야 할 것이며,표현의 요체인 사생력(데생)을 길러나가야 할 것이다.
김제현〈경기대교수.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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