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무능이 국민 불만 핵심 … 전교조, 교원 평가 수용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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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서울 창동고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이기정(44·사진) 교사는 유명 학원 강사 출신이다. 대학(서울대 사범대 국어교육과) 시절 ‘운동권’으로 민정당 연수원에서 농성을 벌이다가 구속된 전력 때문에 제때 교사로 임용되지 못했다. 1999년 특별법 제정으로 소망하던 교사가 된 뒤에는 바로 전교조에 가입했다. “일말의 의심도 없었어요. 참교육을 위한 헌신과 열정, 정당성을 가진 집단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전교조 해직 교사 출신인 아내(현재 중학교 국어교사)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던 그가 최근 전교조와 학교 교육을 비판하는 책 『내신을 바꿔야 학교가 산다』를 냈다. 지난해 펴낸 『학교개조론』에 이어 두 번째다. 책에서 이 교사는 “학교 교육이 시장의 싸구려 상품보다 못 하다. 교육이 상품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변화와 변혁을 거부하는 수구적 태도”라고 지적했다. 또 “전교조가 직업인으로서 갖는 감성을 대변하면서 말로는 참교육을 위한 것이라고 하면 안 된다”고 썼다. 1일 그를 학교에서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전교조 출신이 전교조를 비판했는데.

“10년 전 교사에 대한 국민의 가장 큰 불만은 촌지였다. 그래서 전교조가 촌지 거부운동을 벌였을 때 박수 쳤다. 하지만 지금 국민이 교사들에게 갖는 불만의 핵심은 무능이다. 그런데 교사들은 자신의 에너지를 수업보다는 사무행정에 쓰고, 교육보다는 줄서기를 잘해 승진하려 한다. 그런 걸 바꾸기 위해 현재 교장이 하는 근무평정 대신 학생에 의한 평가와 교장선출제를 도입해야 하는데 정작 전교조는 그런 투쟁을 외면했다.”

-전교조가 왜 그랬다고 생각하나.

“집행부가 신자유주의 반대를 선결 과제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위원장 선거에서 다수의 지지를 얻기 위해 교원평가 반대 등을 내세울 수밖에 없다. 나를 포함해 일부가 학생에 의한 수업평가를 제도화하자는 안을 대의원대회에서 냈지만 부결됐다. 현 집행부는 온건하고 전 집행부는 강경하지만 둘 다 신자유주의 반대라는 늪에 빠져 있다. 지난 위원장 선거에서 내가 속한 ‘새로운 힘’이라는 정파는 ▶학생에 의한 평가 제도화 ▶교육·사무행정 분리 ▶교장선출제로 인한 승진제도 개혁 세 가지를 주장했다. ”

-지난해 『학교개조론』에서도 전교조를 비판했는데 반응은.

“처음엔 주변에서 ‘학교는 다닐 수 있겠나’ ‘지켜줘야 되는 것 아닌가’라며 걱정을 많이 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공감하는 이가 많았다.”

-교원평가, 일제고사·국제중에 대한 생각은.

“누구든 평가받는 건 싫어한다. 애들에게 평가받는 게 좋겠나. 하지만 그게 옳다는 생각을 가진 교사도 많다. 평가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쪽과 그냥 직업인으로서 편하게 가고 싶어 하는 마음이 공존한다. 그래도 학생에 의한 평가를 제도화하는 게 필요하다. 이명박 정부도 수업을 잘하는지 여부를 평가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일제고사나 국제중은 학생들의 입시 고통을 심화한다는 점에서 반대한다. 하지만 지금 전교조가 하는 방식은 아니다. 현재 국민에게 전교조의 활동은 모두 이익투쟁으로 비친다.”

-학교 교육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나도 한때 학원에 있었지만 학교에 와서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다. 학원에서는 열심히 하면 돈이라도 벌 수 있지만 학교는 열심히 해도 돌아오는 게 없다. 처음 발령받을 때는 혼자라도 열심히 하겠다고 생각하지만 열심히 하지 않는 교사들을 보면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는다. 수업을 잘했을 때 신이 나는 체제가 아니다.”

글=백일현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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