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 두 가족’ 아우는 웃는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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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현대자동차의 지난해 내수 점유율은 51.3%, 기아차는 22.3%였다. 같은 그룹 내 형제 회사지만 현대차는 판매량에서 기아차보다 두 배 이상 앞섰다.

그런데 올 들어 기아차가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 지난달엔 점유율 31%를 기록했다. 기아차가 내수 점유율 30%를 넘어선 건 7년9개월 만이다. 이는 곧 현대차의 추락으로 이어졌다. 현대차의 점유율은 올 6월 50% 미만으로 떨어진 뒤 계속 하락해 지난달엔 40%까지 추락했다. 내수시장을 둘러싼 형제 회사들의 뺏고 뺏기는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왜 자꾸 포르테를 아반떼와 비교하느냐.” 현대차 영업부문은 요즘 그룹 홍보팀에 볼멘소리를 한다. 8월 출시된 기아차 포르테가 ‘동급 최고 출력, 최고 연비’를 홍보 문구로 내세우면서 자연스레 준중형차 1위인 아반떼가 비교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8월 말에 출시된 포르테는 지난달 4036대가 팔렸다. 아반떼(4268대)를 불과 200대 차이로 바짝 쫓고 있는 것이다. 올 1월만 해도 아반떼 판매량(8319대)은 동급 차종인 기아차의 쎄라토(434대)와 비교가 안 될 만큼 앞서 있었다. 기아차의 포르테는 신차효과를 감안해도 현대차에 위협적이다. GM대우 라세티와 르노삼성 SM3는 모델 변경을 앞두고 있다. 따라서 포르테는 당분간 아반떼의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일 수밖에 없다.

지난달 22일 출시된 기아차 ‘쏘울’도 판매호조를 보이고 있다. 기아차는 “7일 만에 2379대가 계약됐고 10월에도 당초 목표인 3000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크로스오버차량(CUV)인 쏘울의 경쟁 차종으로 손꼽히는 것은 해치백 스타일의 현대차 i30. 두 차 모두 1600㏄급에 젊은 감각의 디자인이다. 지난해 출시 이후 월 평균 2000대 정도 팔리던 i30는 쏘울이 나온 지난달엔 1467대에 그쳐 전달보다 판매량이 27%나 줄었다.

특히 기아차는 올 들어 모닝이 경차에 편입돼 판매가 급증했다. 또 디자인을 바꾼 로체 이노베이션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포르테와 쏘울의 신차효과까지 겹치고 있는 셈이다. 기아차는 이미 내수 점유율 목표를 25%에서 30%로 상향 조정했고 목표 달성을 낙관하고 있다.

노조와 임금협상 줄다리기로 생산에 차질을 빚었던 현대차는 이달부터 본격적인 반격에 나선다. 현대차는 1일 2009년형 쏘나타 트랜스폼을 출시했다. 로체 이노베이션이 자랑해온 경제운전 안내 시스템, 버튼시동 스마트키 등의 편의장치를 그대로 따라서 장착했다. 다음 주께엔 2009년형 아반떼를 출시한다. 출력과 연비를 포르테 수준으로 높이고 편의사양을 추가했다.

신차인 ‘제네시스 쿠페’와 ‘i30CW’도 이달 선보인다. 국내차 중엔 경쟁모델이 없는 스포츠쿠페와 왜건형 모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임금협상 타결로 생산이 정상화되면서 판매가 회복될 것이다. 인기 차종인 쏘나타·아반떼와 신차를 앞세워 연말까지 올해 목표인 내수 점유율 50.3%를 꼭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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