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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선업계 ‘나홀로 호황’ 왜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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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미국 정전 사고가 국내 전선업계의 호황을 불렀다(?).

환율·유가로 기업들의 경영상태가 날로 악화되는 가운데서도 유독 전선업계만 넘쳐나는 수주로 즐거운 비명이다. 세계적으로 전선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향후 30년 호황설’까지 주장하고 있다. 이런 호황은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까.

첫째 답은 미국 정전 사고에 있다. 2003년 8월 미국 동부와 캐나다 남부엔 사상 최악의 정전 사고가 발생해 주요 산업과 6000만 명의 주민이 피해를 봤다.

미국의 전력수요는 25년 동안 두 배 이상 늘었으나 설비투자는 1990년대 민영화 이후 오히려 준 게 주요 원인이었다. 전력선의 교체 주기는 통상 20~30년이다. 크고작은 정전 사고까지 겹쳐 더 이상 노후 전선 교체를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의 전력망 교체 투자비는 2013년까지 매년 10조원 이상이 계획돼 있다.

둘째는 신흥국의 인프라 수요다. 특히 유가급등에 따른 오일머니 덕분에 중동의 수요가 크게 늘었다. 연평균 발전설비용량 증가율은 2005년부터 2030년까지 2.3%(북미 지역 증가율 1.1%)나 될 전망이다.

한화증권 정영권 애널리스트는 “앞으로 10년 동안은 북미 지역, 20년 이후는 유럽, 30년 이후는 중국 및 신흥국으로 전선 교체 사이클이 이어지며 장기 호황을 구가할 것”이라고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이렇게 넘쳐나는 글로벌 전선 수요를 국내 업체들이 움켜잡기 시작했다. LS전선의 경우 올 들어 미 콜로라도 전력청·카타르 전력청과 초고압전력선 공급계약 단 2건으로 2억5000만 달러를 수주했다. 이는 지난해 전력선 전체 매출의 56% 수준이다.

이에 앞서 대한전선도 지난해 미 동부 2개 전력회사에서 6000만 달러를 수주하기도 했다. 초고압선은 일반전선에 비해 높은 기술이 필요해 마진도 높다.

특히 국내 업체들은 2030년까지 계속될 세계 전선시장의 성장세에 대비해 글로벌 업체에 지분참여로 몸집 불리기도 하고 있다.

LS전선은 올 8월 세계 10위권인 미국의 슈피리어 에섹스(SPSX)를 공개매수했다. 이에 따라 LS전선은 이탈리아 프리즈미안과 프랑스의 넥상스에 이어 세계 3위 업체로 도약했다. 동시에 북미와 유럽의 전력선 교체수요를 선점하는 유리한 고지를 확보했다.

대한전선도 지난해 글로벌 1, 2위를 다투는 이탈리아 상장사인 프리즈미안에 지분 9.9%를 투자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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