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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대출 중개 사기 극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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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1000만원이 넘는 카드빚을 지고 있던 40대 자영업자 崔모씨는 지난 2월 "은행에서 대출받도록 해주겠다"는 대출중개업자의 전화를 받고 귀가 솔깃했다. 이자가 연 20%에 육박하는 카드빚을 은행대출로 갚아야겠다는 생각에 회원가입비 60만원을 카드로 결제했다. 하지만 가입비를 받은 뒤에도 대출을 차일피일 미루던 업자는 보름 뒤부터 아예 전화를 받지 않고 있다.

서울의 李모씨도 지난 1월 "2000만원까지 연 6%대의 이율로 대출을 중개해준다"는 텔레마케터의 전화를 받았다. 실직상태였던 李씨는 싼 이자로 돈을 빌리겠다는 생각에 신용카드 번호와 비밀번호 앞 두자리를 불러주고 59만4000원의 회원가입비를 결제했다. 하지만 1주일 뒤 보내준다는 대출신청서류가 오지 않아 업자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이미 전화번호가 바뀐 후였다.

전화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대출을 중개해준다고 유인한 뒤 수수료를 챙겨 잠적해버리는 텔레마케팅 대출중개 사기가 급증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주로 실직자.신용불량자 등 은행권에서 대출을 받기 힘든 사람들이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은 4일 "올 들어 4월까지 전화를 이용한 대출중개 사기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140여건이나 접수됐다"며 소비자 경보를 발령했다.

지난해 같은 수법의 사기 피해 사례는 연간 통틀어 5건에 불과했다.

소보원에 따르면 사기업자들은 대부분 전화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대출을 중개해주겠다며 접근한다. 다음 단계론 신용카드번호 등 개인정보를 알려달라거나 회원가입비.중개료 등 명목으로 50만~200만원 정도 입금하라고 요구한다. 돈이 입금되면 이런 저런 핑계로 대출을 미루다 잠적하는 수법을 사용한다.

소보원 이창옥 소비자상담팀장은 "이들 사기업자의 가장 큰 특징은 전화.팩스 등을 통해서만 거래하고 소비자를 직접 만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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