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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남 "이라크 꼴 원하지 않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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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북한의 권력 서열 2위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핵물질을 알카에다 같은 테러조직에 판매하지 않을 것이며 북한은 이라크와 같은 운명을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셀리그 해리슨(사진) 국제정책센터(CIP) 아시아담당은 지난달 말 북한 방문에서 만난 고위관리들과의 면담 내용을 파이낸셜 타임스 4일자에 기고했다.

◇핵 안 팔겠다=북한은 과거는 물론 현재나 미래에도 핵 관련 기술이나 물질을 알케에다는 물론 어떤 외부 세력에도 팔지 않는다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우리가 외화를 벌기 위해 미사일을 파는 것으로 알져져 있지만 핵문제는 미사일과는 완전히 다르다.(金위원장)

◇민간용 핵시설도 협상=에너지 지원과 함께 경제제재를 풀어달라.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해 주면 우선 플루토늄 프로그램을 동결할 수 있다. 이것이 완전한 핵 폐기를 위한 첫 단계다. 북한 핵시설 사찰팀의 재입국 여부는 에너지 지원량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민간용 핵시설의 동결도 협상 대상이 될 수 있다. 동결 협상은 오는 12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3차 6자회담 실무회담부터라도 가능하다.(김계관 외무성 부상)

◇알카에다에 반대=우리는 알카에다를 비롯한 모든 테러에 반대한다. 알카에다의 9.11 테러는 야만적인 도발행위로 미국 국민에게 심대한 충격을 주었다. 그런데 부시 대통령은 그 충격을 이용해 미 국민이 우리를 적대시하게 했다. 그러나 사실 우리는 진심으로 미국의 친구가 되고 싶다.(백남순 외상)

방금 밥 우드워드의 새 책 ('공격계획')에 대한 CNN의 보도를 봤다. 부시 대통령이 바쁘게 생겼더라. 그는 우리와 핵문제 협상을 하는 데 별로 신경을 안 쓰는 것 같다. 그는 이라크 전쟁과 대통령 선거 때문에 우리와의 협상을 늦추는 것 같다. 우리는 질적 또는 양적 핵 억제력을 강화하는 데 남은 시간을 사용할 것이다. 양측이 동일한 조건에서 진행하는 완전하고 증명이 가능한 핵폐기 제의를 미국은 왜 받아들이지 않는가.(金위원장)

◇핵 억제력은 미국 때문=핵무기가 없는 한반도를 원한다. 러시아나 중국 등 이웃 국가들과 핵무기 경쟁을 할 의도가 전혀 없다. 순전히 미국의 선제공격으로부터 살아남으려는 자구책으로 핵 억제력을 보유하고자 한다. 이라크 신세가 되고 싶지 않다.(金위원장)

러시아나 중국이 핵을 보유하고 있는 것을 신경쓰지 않는다. 그들은 우리에게 위협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이 핵무기 개발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우리가 핵을 보유하는 것은 일본이나 다른 나라 때문이 아니라 미국 때문이다.(이찬복 인민군 대변인)

◇핵실험=협상만료 시한은 없다. 우리는 참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견하기 어렵다. 시간이 오면 우리는 핵실험을 하지 않을 수 없다.(金위원장)

해리슨은 3년 만에 찾은 평양 방문에서 "2002년부터 시작된 경제개혁으로 북한 사회가 혼란에 처해 있음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북한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경제적 지원을 절실히 바라고 있으며 그 때문에 핵문제를 전향적으로 해결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인 것 같다고 말했다.

런던=오병상 특파원

◇해리슨은 누구= 1972년 평양을 방문해 한국전쟁후 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김일성 전(前)주석과 인터뷰를 했다. 그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대북한 정책에 비판적이다. 1994년 김주석을 두번째 만난 이후 북한 핵동결협상이 시작됐다.지금까지 북한을 여덟번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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