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초등校교사 박석병씨 "우리가족 사랑 나눔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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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선선한 초가을 밤을 벗삼아 둘러앉은 가족들이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울 시기다.가족간에 애정을 확인하는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충북영동군 학산초등학교 박석병교사는 우선 고함지르기를 추천한다.일요일 아침 뒷산에 올라 『나는 자연인이다~ 』『나는 놀고 싶다~』『아빠~ 일찍 오세요~』『그래~ 알았다아~』를 외쳐보자.속이 후련해지고 스트레스가 확 풀릴 것이다.
시장놀이도 재미있다.시장이나 버스에서 물건 파는 사람처럼 가재도구를 들고 와서 가족들에게 팔아본다.잘 팔려면 물건의 장점을 알려 사고 싶은 마음을 일으켜야 한다.
처음에는 쑥스럽지만 하다 보면 식구들 얼굴에 웃음이 퍼지게 마련이다.휴일에는 동네 역사유적을 답사하자.관청이나 도서관을 찾아 고장의 유래와 전설을 알아보는 준비도 필요하다.도시락.필기구.사진기.지도.안내서를 배낭에 넣고 길을 나서 면 어느새 온가족이 한몸이 된다.옛 사람들의 자취 속에 빠져들다 보면 역사학자가 다른게 아니구나 하는 느낌도 든다.
朴씨가 펴낸 『우리 가족 사랑 나눔터』(우리교육刊)에는 이처럼 일상에서 손쉽게 실천하는 가족 사랑법이 담겨있다.계절에 따라 또 달에 따라 알맞은 여러가지 일거리가 등장한다.朴씨가 제시한 묘안(妙案)은 모두 93가지.한가지씩 따라하 다 보면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미뤄뒀던 가족사랑을 되찾게 된다.
아이와 부모의 올바른 사랑 나눔은 물질보다 정신적 교감이 클수록 커진다는 평범한 진리도 새삼 깨닫게 된다.
朴씨는 『어른은 일에 지치고 아이는 공부에 지쳐 대화가 끊어진 가정을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말한다.아이와 부모를 이어주는 징검다리를 소망한다는 것.
그런만큼 이 책은 특정의 주의.주장을 강요하지 않고 누구나 공감하는 사랑 실천법을 자상하게 보여준다.
예컨대 새봄맞이 집안대청소(3월),텃밭 가꾸기(4월),가족 티셔츠 만들기(5월),화분으로 밭 일구기(6월),옛날 사진보기(7월),별자리 관찰하기(8월),가을산 오르기(9월),단풍잎 본뜨기(10월),은행잎으로 동물만들기(11월),고 마운 분에게편지쓰기(12월),가족신문 만들기(1월),조상 확인하기(2월)등은 작지만 속뜻 깊은 가족활동이다.마치 그림책을 보듯 아기자기하고 시원한 일러스트레이션도 가족간의 거리감을 줄여준다.부모와 자녀가 한데 모여 읽기에 알맞다.
소개된 방법들의 두드러진 특성은 무엇보다 현실적이라는 점.
저자가 현재의 학교로 오기 전 경남창원지역의 「아이사랑 교사모임」에서 활동했던 내용을 모았기 때문이다.교사.부모들이 함께토론하며 나온 아이디어와 실제 사례 가운데 좋은 반응이 나온 것만을 골라 실천하기에 일단 부담이 없는 것으로 뽑았다.
朴씨의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가족간에 끊임없는 관심과 애정을기울이고 이를 실천하는 것만이 화목의 열쇠라는 사실을 강조하고있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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