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뇌물, 불법게임장·윤락업소가 1·2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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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올 4월 서울 동대문경찰서 소속 경찰관 두 명이 뇌물 수수로 해임됐다. 징계를 받은 진모 경사는 단속 대상인 유흥업소 업주로부터 일곱 차례에 걸쳐 970만원을 챙겼다. 대담하게 계좌를 통해 송금받은 돈만 400만원이나 됐다. 같은 경찰서의 이모 경사 역시 “잘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업주로부터 380만원을 받았다.

그 뒤 7월 동대문서는 장안동 성매매업소에 대한 집중 단속에 나섰다. 이중구 신임 서장은 단속에 앞서 성매매 업소를 맡은 부서의 경찰관들을 물갈이했다. 이후 업주들은 “상납받은 경찰의 명단을 공개하겠다”며 역공세를 폈으나 단속을 막을 수 없었다.

경찰청이 지난달 29일 국회 행정안전위 권경석(한나라당) 의원에게 제출한 ‘뇌물수수 사법처리 현황’에 따르면 2004년부터 올해 현재까지 119명의 경찰관이 뇌물을 받아 사법처리됐다. 총 뇌물 액수는 16억 5150만원이었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유형은 불법게임장 업주로부터 뇌물을 받은 것이다. 24명(22%)의 경찰관이 이 때문에 옷을 벗었다. 이어 윤락업소로부터 돈을 받은 경찰관이 22명(18.5%)으로 두 번째로 많았다.

금품을 받는 행태도 가지가지였다. 2004년엔 안마시술소에 7억2000여만원을 투자해 영업지분 3분의 1을 사들인 경찰이 적발됐다. 이 경찰관은 업소 이익금을 매달 정산해 업주와 나눠 갖는 계약을 했다. 단속 정보를 미리 알려주는 대가로 향응과 돈도 상납받았다.

노무현 정권 때 확산된 불법게임장은 비위 경찰관들에게 ‘먹잇감’이었다. 부하직원이 불법 성인오락실 단속에 나서자 과장급(경정) 경찰관이 이를 중단시킨 사례도 있다. 오락실 업주는 그 대가로 간부 경찰에게 2300만원을 줬다. 오락기 판매업자에게 7000만원을 빌려주고 사채이자를 받는 방식으로 2550만원을 챙긴 경찰관도 있었다.

불법게임장·윤락업소 외에 비리경찰이 뇌물을 챙기는 경로는 다양했다. 뇌물수수 혐의로 조사를 받던 공무원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경찰관도 있었다.

119·112 등 긴급통화 내용을 감청한 뒤 사망 사건이 발생하면 그 정보를 장의업자에게 알려주고 1140만원의 뇌물을 받은 경찰도 있었다. 권경석 의원은 “최일선에서 불법을 단속해야 할 경찰이 비리에 오염된다면 국민은 ‘도둑에게 집을 맡긴 꼴’이 된다. 단속에 앞서 경찰 조직의 자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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