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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공들인 러시아 ‘광맥’ 마침내 터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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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러시아 동북부 시베리아 한복판에 있는 사하공화국. 겨울에는 섭씨 영하 60도까지 떨어지고 여름엔 40도까지 오르는 혹독한 기후의 오지다. 하지만 인도와 맞먹는 광활한 땅에 유연탄·우라늄·철광석·금·다이아몬드가 잔뜩 매장돼 있는 천연광물자원의 보고(寶庫)이기도 하다.

‘황금의 도시’로 불리는 이곳에 외국 자본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소련이라는 공산주의 연방체제가 해체된 1990년대 초반부터다. 가장 먼저 이곳에 뛰어든 기업 중에 LG상사가 있었다. 93년 350만 달러를 투자해 연산 100만t의 에렐 유연탄광의 지분 35%를 확보해 자원개발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는 러시아가 외국기업과 합작한 첫 광산개발이었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9월 29일. LG상사·한국전력·대한광업진흥공사 컨소시엄은 러시아연방의 우라늄 생산 전담 국영기업인 ARMZ와 우라늄 개발에 협력하는 양해각서를 교환했다.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의 총 7개 광산이 투자대상으로 매장추정량은 35만t에 달한다.

“항공편이 없어 36시간이나 기차를 타며 사하공화국을 수없이 드나든 게 이제야 성과를 내나 봅니다.”

LG상사의 모스크바 지사 강상호 부장은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이 회사는 에렐 탄광 이후 다른 탄광 개발사업을 더 모색했지만 일이 잘 풀리지 않았다. 대부분 광산은 정부가 지분을 쥔 국영이라 비즈니스 논리만으로 일이 추진되지 않았다. 특히 일본·중국·독일 등 선진국들이 러시아에 제각각 러브콜을 보내고 있어 러시아 정부는 칼자루를 느긋하게 쥐고 있었다. 그래서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LG상사는 믿음을 다지기 위해 러시아와의 끈을 계속 유지했다. 94년부터 러시아산 헬기를 국내에 총 70여 대 도입했다. 러시아에서 원자재도 꾸준히 수입했다. 우리나라에 외환위기가 온 이듬해인 98년에 러시아에도 모라토리엄(채무지급 유예 사태)이 터졌다. 한국·일본의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잇따라 철수했다. 그때도 LG상사는 모스크바 지사를 지켰다.

러시아의 자원민족주의가 거세지면서 자원개발 사업이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2005년 사하공화국의 엘가우골 사와 탄광개발에 협력하는 양해각서를 교환했다가 무산되기도 했다.

시간이 한참 걸렸지만 결국 큰 성과가 있었다. 지난해 10월 LG상사 초청으로 한국을 찾은 사하공화국 쉬트로프 대통령과 ‘남야쿠치야 종합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합의한 것. 2020년까지 550억 달러를 들여 사하공화국의 교통·에너지 인프라를 건설하는 큰 프로젝트다. 3억 달러 규모의 이나글린스카야 석탄광산도 아울러 개발하기로 했다. 연간 200만t 규모의 이 탄광은 올해 광산개발을 시작했다.

푸틴 러시아 총리가 지난달 18일 10개 기업을 공관으로 초청할 때 한국기업 중엔 LG만 초대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푸틴 총리는 “LG가 진행 중인 사하공화국 종합개발사업에 관심이 많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우라늄 광산 개발사업도 사하공화국 정부와의 긴밀한 관계 덕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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