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나비 수집-정영운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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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나비수집이라는 독특한 취미를 가진 정영운(鄭永雲.40.사업)씨는 고등학교때 과외활동으로 생물반을 택한게 일생의 인연이 됐다.곱고 현란한 나비의 자태는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사춘기의 소년을 꼼짝없이 사로잡고 말았던 것.
이후 지금까지 「짬날 때」가 아니라 「없는 틈을 내서라도」 수집한 나비는 1천여종.우리나라에서 볼수 있는 나비가 남북한을합쳐 2백50여종이란 사실에 비쳐보면 그의 미친(?)정도를 가늠해 볼수 있다.나라별로는 30여개국,숫자로는 1만마리를 헤아린다. 물론 개중에는 일반인이 생각하는 나비의 개념을 초월하는모습이나 성질을 띤 종류도 숱하다.밤에는 찬란한 형광빛 날개를너울거리는 나비,영락없이 부엉이를 축소해놓은 형상의 나비,마른나뭇잎 모양 그대로인 나비,보는 각도에 따라 색상 이 달라지는나비,암수 한몸으로 이뤄진 돌연변이….
『천연색이란 말이 있죠?천연색에는 인간이 흉내낼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색상이 많다는거죠.나비를 보면 과연 천연색이 어떤것인가를 이해할수 있어요.나비가 예술가들의 눈에 사랑과 환희로비치는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습니다.』 나비를 좇아 반평생을 살다보니 나비에 관한한 전문가 수준이 됐다.
『보통 나비가 꽃속의 꿀을 먹고사는줄 알지만 실은 나뭇잎을 먹고 삽니다.좋아하는 나무도 각각 다르죠.호랑나비는 귤이나 탱자나무,왕오색나비는 팽나무를 좋아합니다.또 나비가 선호하는 색깔도 있어요.파란 보자기를 던지면 삽시간에 나비들 이 모여들기도 하죠.』 그는 『국내의 산은 웬만한 등산가들 보다 더 많이다녔다고 자부한다』고 말한다.
나비 종류가 다양한 동남아시아와 남미지역도 그의 발길이 스쳤던 곳들이 제법 있다.
주위사람들이 나비박사라고 부르는데 익숙해진 그는 요즘 다소 엉뚱한 계획을 품고있다.박제된 나비만 모을게 아니라 나비가 함박눈처럼 펄펄 날아다니는 나비농장을 만들어보겠다는 것.
『사실 주말이나 휴일에 가볼만한 곳이 너무 한정돼 있어요.특히 외국관광객들에게 보여줄만한 것도 적다고들 하잖아요.그래서 나비농장이나 나비타운을 만들어볼 작정을 하고 있어요.』 이제까지 쌓은 노하우를 최대한 이용,사회적으로나 교육적으로 바람직한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는 그의 마음은 이미 사시사철 휘황한 나비들이 운무를 즐기는 나비농장에 가있는듯 했다.
*수집요령1.잡목이 많을 수록 다양한 나비를 채집할수 있다.
2.계곡보다는 산 정상에 많다.6,7월이 적기.
3.썩은 명태나 게에서 나오는 즙을 솜에 묻혀놓으면 왕오색나비.은판나비등이 몰린다.
4.외국수집가와의 교류 또한 색다른 나비를 모으는데 도움이 된다.
김명환 기자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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