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럽,일본 CALS.EC 표준화 패권경쟁 한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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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지난달초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 CALS위원회(ICC)는미국과 유럽.아시아 국가간의 팽팽한 긴장속에서 진행됐다.ICC가 출범한 이래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이해가 첨예하게대립됐다.
태풍의 눈은 표준이었다.CALS의 핵심은 EC.
EC의 성패는 전자문서교환(EDI)에 달려 있다.바로 EDI표준을 둘러싸고 미국은 국방부표준에 맞춘 ANSI X.12를 내세웠고 이를 구체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DOD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유럽은 UN과 국제표준화기구(ISO)가 제정한 EDIFACT를 주장하며 맞섰다.
미국이 X.12를 고집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영국은 미국이 이같은 주장을 하던 지난 90년대부터 브리티시텔레콤을 중심으로 재빨리 EDIFACT로 운송EDI망을 만들어대응했다.
그리고 이를 유럽 9개 자동차 제조업체가 연합해 만든 자동차망인 「모터네트」와 연결시켰다.
영국에 바로 화답한 나라가 프랑스.이미 지난 89년부터 자동차업계를 묶은 「가리아」를 가동중인 프랑스는 EDIFACT에 뿌리를 두고 제조업체는 물론 유통.보험.운송.건설까지 손을 뻗쳤다.이번 ICC는 이같은 대륙간 갈등을 확인시켜 준 자리가 됐다. 아시아국가도 최근 표준화와 관련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 일본의「MATIC프로젝트」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일본 통산성을 중심으로 지난해부터 아시아지역 개도국에제조업분야 기술발전을 도와준다는 명목으로 1천5백만달러 규모의기금을 조성,기술지원.연수.표준화지도등을 해주는 프로젝트다.
대상국가는 최근 섬유분야에서 지원을 받기 시작한 방글라데시를포함,자동차용 네트워크를 위한 구성국가로 대만.태국.인도네시아.싱가포르.말레이시아등이 참가중이다.우리나라는 해당사항이 없다. 겉으로 보기에는 지원이지만 일단 망이 연결되면 제조기술을 타고 일본식 표준이 들어간다.
동남아시아를 광속 상거래망으로 묶어 일본의 뒷마당으로 만들겠다는 계산이다.
이 분야에서 미국보다 10년,유럽보다 5년이나 뒤진 일본은 『미국도 유럽도 아닌 아시아에 맞는 표준으로 CALS.EC를 만들자』며 지난해 11월 도쿄(東京)의 「CALS퍼시픽 95」에 이어 ICC에서도 아시아국가만의 공영(共榮)을 내걸었다.
ICC에서 다음에 새로이 떠오를 쟁점은 계약자통합기술정보체계(CITIS).
미국은 오는 99년까지 연방정부의 CITIS표준인 「FIPS」를 제정할 예정인데 유럽도 비슷한 작업을 진행중이다.
CITIS는 EC를 통해 모든 기업이 연결되는데 필요한 공동데이터베이스(DB)표준이다.특히 지적소유권 문제가 관련돼 있다.정부조달문제와 연결되면 정부통합기술정보체계(GITIS)가 등장한다. 정부가 자체 업무수행에 필요한 모든 자료를 공개하면서이를 표준에 맞추자는 것이다.
한국과학기술원 한순흥(韓淳興)교수는 『외국이 표준화 작업을 주도하는 것은 피할 수 없지만 지속적으로 그들의 동향을 분석하지 않으면 우리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여지가 전혀 없어 우리의 경쟁력은 더욱 약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호 뉴미디어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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