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晩學주부 874명 감격의 졸업식-양원주부학교 중.고등과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오늘 양원주부학교 졸업장을 받은 우리들은 이제 떳떳이 영어로도 이름석자를 쓸 수 있게 됐습니다.설거지 한 젖은 손이 채마르기도 전에 교과서를 펼쳐들고 공부하던 일,깊은 밤 숙제하며졸던 기억도 우리에게는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었지요.』 26일 오전 양원주부학교 졸업식이 열린 서울문화체육관.
배우지 못한 한을 풀기위해 만학의 길로 뛰어들어 1년동안 중.
고등과정을 마친 주부학생들은 졸업생대표의 답사에 눈시울을 붉혔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중학교때 영어와 산수문제를 물어올때 제대로 대답을 해주지 못해 늘 가슴이 아팠습니다.』 초등학교가 최종학력인 주부 김숙례(金淑澧.47.서울은평구응암동)씨는 『이제 초등학교에 다니는 막내에게 영어 한마디라도 가르칠수 있게돼 가슴 뿌듯하다』고 했다.졸업생중 최고령자인 李효완(73.서울노원구상계10동)할머니는『그동안 못 배운 한도 풀고 마음 터놓고 이야기할 친구를 사귄것이 황혼의 삶에 얼마나 위안이 됐는지 모른다』면서 『이제는 손자가 묻는 쉬운 영어단어 정도는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다』며 활짝 웃었다.
朴종영(57.서울동작구신대방2동)씨는 91세 된 시어머니를 모시고 4대가 한집에 살면서 1년과정을 마쳐 이날 효행상을 받았다. 주부와 학업을 병행하면서 1년간의 교육을 마치고 이날 졸업장을 받은 주부들은 모두 8백74명.대부분 40대 주부들이지만 환갑을 넘긴 할머니도 21명이나 됐다.이 학교는 오는 9월초 또 다시 문을 연다.704-7402.
문경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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