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은 불황보다 강하다] 원앤원 ㈜ 박천희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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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에서는 ‘Crisis’를 ‘위기(危機)’라고 쓴다.”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말이다. 그는 이렇게 부연했다. “위(危)는 위험을, 기(機)는 기회를 뜻한다. 위기상황이 오면 위험을 예측하는 동시에 기회를 살펴야 한다는 얘기다.”

케네디는 동양인의 사고 방식이 서양인보다 유연하다고 본 모양이다. 원할머니보쌈으로 유명한 원앤원㈜의 박천희(51·사진) 사장은 이러한 사고를 가진 사람 중 한 명이다. 그의 경영 스타일은 섬세하면서도 차분하다. 무릇 사업에 성공하려면 도전적일 필요도 있지만, 그는 오히려 유연하게 위기를 극복해 가며 사업을 꾸려 왔다. 그의 이 같은 방식은 골목길 작은 보쌈집을 국내 최고 보쌈 기업으로 일궈냈다.

대기업 사원이었던 그가 외식업과 처음 인연을 맺게 된 것은 1984년. 장모가 하고 있던 서울 황학동 골목의 작은 보쌈집을 눈여겨 보고는 무언가 되겠다 싶어 직장을 그만두고 보쌈집 일에 몰두했다. 하지만 활발한 성격이 아닌 데다, 평범한 월급쟁이에서 장사로 일대 변신하다 보니 모든 게 간단치 않았다. “아내와 함께 매일 밤 2시까지 장사했습니다. 처음 3년간 단 하루도 안 쉬고 일했죠. 그러다 보니 몸에 이상이 왔어요.” 허리에 문제가 생겨 제대로 펴지도 못할 지경이었다. 무려 1년을 넘게 침을 맞아가며 장사를 계속해야 했다. 정작 큰 어려움은 김치 문제였다. 보쌈김치는 막 무친 겉절이여야 제 맛인데, 가맹점에 김치를 보내는 동안 숙성돼 버리는 것이었다. 손님들은 실망하기 시작했다. “제 맛이 안 난다”는 가맹점의 항의도 빗발쳤다. 주위에선 “속 썩이는 사업, 이제 그만 접고 편한 월급쟁이로 돌아가라”고 권유했다. 그는 이때도 당황하지 않았다.

우선 가맹점까지 냉장 상태에서 김치를 옮기기 위해 기존 배송차량을 첨단 온도장치가 달린 냉장차로 교체했다. 맛을 지키기 위해 서울에서 먼 지방에는 아예 가맹점을 개설하지 않았다. 그 탓에 가맹사업 개시 3년간 가맹점 수는 겨우 10개 안팎에 불과했고 적자도 많이 났다.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일본에 빙온 기술(영하에서 얼지 않고 음식을 보관하는 기술)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일본으로 건너갔다. 그러나 로열티가 너무 비쌌다. 결국 국내에서 각계 전문가들을 찾아 다니며 김치 유통기한을 일주일로 연장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콜드 체인’이라 불리는 이 기술로 국내 특허까지 받았다. 이 덕에 2004년부터는 수도권 외에 충청권 이남으로도 가맹점 개설을 확대했다.

가맹점 개설에 속도가 붙으면서 그의 회사는 현재 전국 300여 가맹점을 자랑하는 국내 최고의 보쌈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는 “앞으로 더욱 유연하면서도 치밀하게 기업을 운영,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의 삼성으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정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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