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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시 같은 이탈리아 영화 "일 포스티노" 재개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지난 3월 개봉됐다 별 주목을 끌지 못하고 막을 내렸던 이탈리아 영화 『일 포스티노』(우편배달부.마이클 래퍼드 감독)가 24일 다시 개봉된다.올해 아카데미상에 외국영화로는 22년만에최우수작품상 후보에 오르는등 모두 5개부문에 지 명(음악상 수상)됐던 이 영화는 국내 개봉당시 평자들의 격찬을 받았던 작품.미국에서도 촬영 때문에 수술을 미루어왔던 주연배우 마시모 트로이치가 촬영이 끝난지 12시간만에 심장마비로 숨을 거두는 바람에 불러일으킨 화제와 아카데미상의 위력에 힘입어 비평과 흥행양면에서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국내 개봉때 동원한 관객은 2만명 미만.2월15일 아카데미상 후보가 발표되자 제작사인 디즈니가 한국개봉을 서두른 것이 화근이었다.5월 개봉을 예정으로 했던 디즈니에서는 미처 홍보가 제대로 되지도 않았던 시점에서 개봉할 수밖 에 없었던 것. 이번 재개봉은 이 점을 아쉬워한 예술영화 수입사 백두대간이 디즈니로부터 판권을 사면서 이루어졌다.백두대간은 『일 포스티노』의 흥행실패가 작품의 질보다 홍보 부족이었다는 판단에 따라 지난달 29일부터 코아아트홀에서 평일마다 일반시사 회를 갖는등 홍보에 열을 올렸다.그 결과 현재 코아아트홀은 개관이래 최고의 예매율을 기록하고 있다.제인 캠피온 감독의 『피아노』때개봉주말의 월요일 현재 예매표가 60장선인데 비해 무려 여섯배인 3백50장선에 이른 것.코아아트홀은 이같은 호응에 힘입어 3관 모두 『일 포스티노』를 상영키로 했다.
『일 포스티노』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칠레 시인 파블로 네루다가 52년 본국에서 추방당한후 나폴리 근처의 작은 섬에서 망명생활을 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드라마.네루다(필립 누와레)에게 쏟아지는 세계각지의 우편물을 배달하기 위해 우체국장은 어부의 아들 마리오를 전용 우편배달부로 고용한다.시가 뭔지,은유가 뭔지 모르는 마리오가 네루다를 동경하는 이유는 수많은 여인들이 그에게 편지를 보낸다는 것 한가지.그러나 마리오가 마을 처녀 베아트리체(마리아 그라지아 쿠치 노타)를 짝사랑하면서 네루다와 마리오의 관계는 친구로 변한다.마리오는 네루다의 도움을받아 베아트리체의 사랑을 얻는데 성공한다.그러나 마리오가 얻은것은 사랑뿐만이 아니다.대시인과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그는 미처 알지 못했던 세상 의 아름다움에 눈을 뜬다.그 자신이 어느덧 시인이 된 것이다.영화는 네루다와 마리오의 우정을 지중해의 풍광만큼이나 아름답게 그려낸다.올여름 할리우드 흥행영화에 식상한 관객이라면 꼭 한번 볼만한 영화다.
남재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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