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위대를 군대로"…野도 개헌 찬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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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일본의 57회 헌법기념일인 3일 오후 1시 도쿄 지요다(千代田)구 공회당.

자민당 개헌파 국회의원들과 민간단체가 만든 '새로운 헌법을 만드는 의원동맹.국민회의'가 주최한 이날 기념 행사장에 '낯선' 얼굴이 등장했다. 바로 제1야당인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다.

그동안 개헌에 거리를 유지해온 민주당이 개헌파 행사에 공식 참가한 것은 최초의 일이다. 행사를 주최한 아이치 가즈오(愛知和男.전 방위청 장관)회장은 "이는 획기적인 일"이라며 "개헌이 정치권에서 기정사실화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 같아 감개무량하다"고 뿌듯해 했다.

자민당 헌법조사회장인 야스오카 오키하루(保岡興治) 중의원 의원이 "현 헌법은 종전 후 점령군이 일본의 역사나 문화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1주일 만에 만든 것"이라고 주장하자, 민주당 헌법조사회 의원인 다케마사 고이치(武正公一)가 "민주당의 젊은 의원들 사이엔 '집단적 자위권'까지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거드는 장면도 나왔다.

민간단체 측에선 이날 "일본은 급박하고 부정한 침략에 대해 대항할 방위권을 갖는다" "일본은 국방군을 보유한다" "국제질서의 확립을 위해 군사력 행사를 포함,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내용의 '신 자주헌법안'도 발표했다.

한편에선 호헌파들의 집회도 잇따랐다. 오후 2시 히비야(日比谷)음악당에서는 '헌법 개악 저지 각계 연락회의'등 8개 시민.종교단체가 마련한 '일어서자 헌법 9조 실현을 위해'란 행사가 열렸다.

3000여 시민들이 참석한 이날 행사에서 후쿠시마 미즈호(福島瑞穗) 사민당 당수는 "개헌파는 환경권 등 다른 다양한 권리를 담기 위해 개헌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나 실은 전쟁 금지, 전력보유 금지를 명기한 9조를 바꾸기 위한 술수"라며 "일본을 '전쟁을 할 수 있는'나라로 만들 참이냐"며 호헌을 호소했다. 이날 행사에 동참한 한국.이탈리아의 평화단체들도 "세계 어느 한 나라도 흠잡지 않는 일본의 평화헌법을 왜 바꾸려 하느냐"며 가세했다.

이날 도쿄 도심은 개헌과 호헌을 외치는 각 시민단체들의 가두행진으로 가득 메워졌다. 이처럼 개헌파와 호헌파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지만 현재 분위기는 개헌 쪽으로 쏠려 있다. 제1야당까지 개헌에 적극적인 데다 언론의 여론조사에서 개헌을 지지하는 비율은 급증하고 있다.

향후 최대 쟁점은 '전쟁금지'를 규정한 9조1항과 '전력 및 교전권 미보유'를 규정한 9조2항을 어떻게 개정하는가다.

자민당과 민주당 간에 1항은 유지하되 2항을 뜯어고쳐 자위대를 '군대'로 규정하고 자위권 보유를 명기하자는 데는 의견이 같다. 다만 민주당은 집단적 자위권(동맹국이 공격받으면 일본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공격하는 것)을 꺼린다. 따라서 집단적 자위권이란 용어 대신 '자위권'이란 용어로 피해가는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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