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 업체 올림푸스가 마라톤 후원한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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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경기도 하남시 미사리 조정경기장에서 열린 ‘제5회 건강한 대한민국 만들기 마라톤 대회’에서 방일석 올림푸스한국 대표(右)가 함준수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이사장(왼쪽에서 둘째)과 함께 출발선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방일석(45) 올림푸스한국 대표는 “디지털 카메라 만드는 회사보다 한국 사람들의 건강을 지키는 ‘웰빙’업체의 대표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27일 미사리 조정경기장에서 열린 ‘건강한 대한민국 만들기 마라톤대회’에 8000여 명의 마라톤 동호인과 함께 달리며 ‘체크앤스마일’ 캠페인 홍보에 나섰다. 한 달 전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와 함께 시작한 이 캠페인은 위암·대장암 조기 검진을 통해 생명과 경제적 손실을 예방하자는 취지다.

올림푸스한국의 모회사인 일본 올림푸스그룹은 광학기기 전문업체로 카메라 렌즈뿐 아니라 내시경 같은 의료기기를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전지현을 내세운 카메라 광고로 2004년 점유율 1위로 올라서면서 소비자들에게는 디지털 카메라 제조업체라는 인식이 굳어졌다. 방 대표는 “카메라뿐 아니라 국내 내시경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광학 전문 업체라는 점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카메라 부문에서 삼성전자 등에 밀리자 ‘성장 가능성이 작은 회사가 아니냐’는 시선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올림푸스한국은 매출의 절반을 내시경을 비롯한 의료장비에서 올리고 있다. 지난해 의료사업부는 매출이 600억원으로 출범 3년 만에 세 배로 성장했다.

방 대표는 “올림푸스한국이 토종 기업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대부분의 직원이 한국인이고 독자적인 인사와 재정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2005년 자회사 ODNK를 통해 1400억원어치를 수출해 ‘1억불 수출탑’을 받는 등 ‘본사 제품 판매 대리점’의 수준을 넘어섰다. 내년 7월 완공을 목표로 서울 삼성동에 사옥도 짓고 있다. 방 대표는 “외국 본사가 건물을 사들인 몇몇 경우를 제외하면 다국적 기업의 한국법인으로 자체 사옥을 마련하는 것은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최근 광학과 디지털 영상 처리 기술을 결합한 새로운 제품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의료용 LCD 모니터 ‘뷰’를 내놓았고 지난달에는 ‘협대역화상강화기술(NBI)’을 적용해 기존 내시경으로는 판별하기 어려웠던 병변까지 보여주는 제품도 내놨다. 또 최근엔 보물 제931호 ‘조선태조어진’ 등 문화재 10점을 촬영해 데이터 베이스로 만드는 문화재 보존 사업에도 참여했다. 주력인 렌즈교환식디지털카메라(DSLR) 분야에서도 두께를 대폭 줄인 ‘마이크로 포서드’ 기술을 공개했다.

방 대표는 중앙대를 졸업한 뒤 삼성전자 일본 주재원을 거쳐 2000년 올림푸스한국 설립 때부터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지키고 있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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