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MK측근 1세대’ 물러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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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의 요즘 심기가 편치 않다. 지난달 8·15 광복절 특사로 2년을 끌어온 비자금 사건의 굴레에서 벗어났지만 해외 판매가 뚝 떨어진 탓이다. 일부 해외 공장은 가동률이 50%에 미치지 못한다. 정 회장이 재계 2위의 현대·기아차 그룹을 맡은 지 연말이면 꼭 10년이다.

그동안 글로벌 생산시설 확충에 매진해 왔다. 그가 부임할 당시 해외 생산 규모는 30만 대였지만 연말이면 200만 대를 넘어선다. 2010년이면 글로벌 생산 목표 300만 대 달성을 위한 시설이 모두 완공된다.

그는 26일 유럽·러시아의 판매법인과 현지 공장을 둘러보기 위해 출국하기 직전 그룹 수뇌부 인사를 단행했다. 김동진 현대차 부회장을 현대모비스로 전보시킨 것이다. 이와 함께 BNG스틸의 유홍종 회장을 상근 고문으로, HMC증권의 박정인 회장을 고문으로 위촉했다. 위아·현대오토넷을 맡은 김평기 부회장도 건강상의 문제로 일선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있다.

이들은 정몽구 회장이 세운 현대정공과 현대자동차서비스 시절부터 30년 넘게 정 회장을 도운 측근 전문경영인 1세대다. 이들 모두 일선 경영에서 빠져 고문 역할을 맡은 것이다.

HMC증권 사령탑에는 이정대 현대차 재경 담당 부회장이 내정됐다. 이에 따라 사실상 그룹 기획조정실장 역할을 하는 김용환 경영지원실장(사장)의 역할이 커지게 됐다.

현대모비스로 옮긴 김동진 부회장은 2001년 현대차 사장으로 부임해 7년간 대표이사를 맡았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정 회장이 꽤 오래 전부터 구상한 것 같다. 김 부회장의 전보는 비자금 사건을 종결하는 의미가 있다”고 풀이했다.

정 회장은 당초 이달 중순 추석을 전후해 비자금 관련 경영진의 세대 교체를 단행할 생각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현대차 노조 파업이 이어지고 기아차 임금협상마저 수포로 돌아가자 임협 타결 이후로 인사를 미뤘다는 것. 26일은 기아차 임협이 타결된 이튿날이다.

이날 기아차의 중국 합작법인인 둥펑위에다기아의 사령탑도 바뀌었다. 고옥석 부사장(총경) 대신 박종옥 기아차 정비본부장(전무)이 임명됐다. 고 부사장은 현대정공에서 2000년 현대차로 넘어와 미국 판매법인 사장을 역임한 핵심 인사였다.

정 회장은 지난주 기아차의 축소된 중국 판매목표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담당 경영진을 질책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판매목표를 16만 대로 줄일 수밖에 없다는 보고였다.

기아차는 연산 30만 대 규모의 중국 2공장을 4월 완공했다. 1, 2공장을 합치면 43만 대다. 올해 생산목표를 당초 34만 대로 잡았는데 1∼8월 9만5416대밖에 팔지 못했다. 재고가 쌓이자 공장 가동률도 50% 이하로 떨어졌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해외영업 분야는 노심초사다. 모기업인 현대차의 경우도 해외영업본부장 자리가 2년째 비어 있다. 재무 출신인 최재국 판매 담당 사장이 겸임하고 있지만 형편은 녹록지 않다.

정 회장은 이번 해외순방 길에 11월 생산에 들어갈 현대차 체코 공장(연산 30만 대)을 찾는다.

여기서 생산되는 해치백 아이서티(i30)는 공교롭게 기아차 씨드의 경쟁차다. 씨드를 만드는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은 가동률이 80%를 넘는다. i30이 쏟아져 나올 경우 플랫폼(차체와 동력 계통)이 같은 두 차의 경쟁이 불가피하다.

노조 문제로 생산 차질을 빚는 등 순조롭지 못한 인도 공장, 가동률이 점점 떨어지는 미국 공장 등 글로벌 공장의 어려움들이 숙제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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