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지인들과 벤처 사업" 과시…女사업가 360억 '先物 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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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40대 여성사업가가 선물.옵션 투자를 대신 해주겠다며 대학 선후배, 성당 신도 등에게서 958억원을 끌어 모은 뒤 360억원을 갚지 않아 검찰에 구속됐다.

명문여대 법대 출신인 蘇모(45)씨가 대학선배이자 중소기업 사장인 Y씨(63)에게 접근한 것은 2002년 11월. MP3 제품 개발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그는 1980년대 후반부터 주식에 투자해 손실을 보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투자자가 필요했다.

蘇씨는 "우리나라는 선물.옵션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면서 "돈을 맡기면 1개월 안에 최소 50% 이상의 수익을 올리도록 해주겠다"고 Y씨에게 투자를 권유했다.

蘇씨는 자신의 투자경험을 들먹이며 "지금이 최상의 투자 적기"라고 부추겼다. 그는 또 "S증권 투자연구소의 펀드매니저로 일하면서 대기업의 돈을 직접 운용하고 있다. 간판급 펀드매니저 62명과 수시로 투자정보를 교환한다"고 거짓말했다.

蘇씨는 "대통령의 지인들과 벤처사업을 하고 있다" "법조계 인사들과 친분이 있다"며 자신의 배경을 은근히 과시하기도 했다.

蘇씨는 투자자들에게 2개월마다 선물.옵션 잔고 용지에 원금이 수십배 불어난 것처럼 꾸며 이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신망을 얻었다. 수익금이라며 투자금의 일부를 투자자에게 돌려주기도 했다. 이에 넘어간 Y씨는 최근까지 약 100억원을 蘇씨에게 투자 명목으로 맡겼다가 70억원을 떼였다.

주부 K씨(45)도 남편과 친지들에게서 380억원을 모아 맡겼다가 200억원을 날렸다. 1999년 10월부터 지난 2월까지 蘇씨에게 돈을 맡긴 동문.신도는 21명. 투자금액은 958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蘇씨는 이 돈을 선물.옵션에 투자해 135억원의 손실을 봤으며, 투자금 중 일부를 자신이 경영하는 벤처업체의 운영자금으로 사용했다. 결국 투자자들은 높은 수익금은 고사하고 원금 360여억원을 돌려받지 못했다.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는 지난 1일 蘇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 蘇씨는 검찰에서 "선물.옵션 투자에서 손실을 봐 남은 돈이 한푼도 없다"고 주장했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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