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환 장관 발언 왜 “더 미루다간 성장 어렵다”… 속도 내는 규제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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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수도권에서 기업을 밀어낸다고 지방으로 간다는 보장도 없다. 사공일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은 최근 “수도권 규제로 (기업이) 30만 남고 나머지 70은 밖(외국)으로 나간다면, 규제 완화를 통해 70의 반만 남겨도 지방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국의 금융위기는 이런 문제의식을 강화했다. 대외 여건이 어려워지면서 마냥 시간을 보내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주말 경제 관료들에게 규제 개혁을 서두르라고 지시했다. 수도권 규제만큼 뜨거운 감자인 금산 분리 완화 방안이 다음주에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겹겹이 쌓인 규제=수도권은 크게 3개 권역으로 나뉘어 규제를 받는다.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는 과밀억제권역으로 묶여 대기업 공장과 대학의 신설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안산·평택 등 성장관리지역은 폐업한 공장을 인수해도 면적을 늘릴 수 없다.

남양주·가평 같은 자연보전권역에서는 한강 수계 보전을 위해 공장은 물론이고 음식점 입지까지 규제받는다. 설령 공장 신설이 가능해도 매년 수도권 전체의 공장 총량이 정해지기 때문에 그 범위 내에서만 지을 수 있다.

답답한 건 기업이다. 경기도 여주의 KCC 유리공장은 수도권 규제로 인해 26년간 공장을 1㎡도 늘리지 못했다. 그 사이 생산량은 두 배 이상 늘었는데 창고가 모자라 제품을 야적하고 있다.

외국계 반도체업체인 페어차일드코리아(부천)는 공장 증설을 하지 못해 한국에 투자하려고 했던 8000만 달러를 중국에 투자했다.

공장 증설 허용 검토=정부는 재계의 건의에 따라 기존 공장의 증설을 허용하는 문제를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또 수도권 산업단지 내 대기업 공장 입주 허용, 첨단업종의 수도권 입지 규제 완화도 검토 중이다. 수도권 규제의 상징인 공장 총량제의 완화 또는 폐지도 검토 대상이다.

한만희 국토해양부 국토정책국장은 “기업 애로 사항을 전반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그러나 아직 규제 완화의 수준이 확정되지 않아 구체적 방안이 나오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완화 방안이 나와도 갈 길은 험난하다. 지방을 설득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다. 수도권 규제 완화는 대선 공약이지만, 정부가 그동안 수도권보다 지방 활성화 대책에 공을 들여 온 것도 이 때문이다. 혁신·기업도시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일부 문제만 보완해 그대로 추진키로 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을 중심으로 하는 30개 선도 사업이 내년부터 구체화될 것”이라며 “수도권 규제도 이에 맞춰 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문턱을 넘는 것도 과제다. 지난해 국토부는 공공기관과 미군기지가 옮겨 간 땅이라도 기업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개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수도권을 지역구로 한 의원들은 더 큰 폭의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지방 출신 의원들은 “지방이 망한다”고 반대해 법 개정이 미뤄졌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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