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희가 직접 쓴 에세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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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를 삶으며 저의 유일한 취미 생활이 있다면 빨래를 삶는 것입니다.

매일 새벽 3시 30분에 일어나 빨래를 세 통이나 삶습니다. 빨래를 삶으면서 제 마음도 이렇게 팍팍 삶아져서 깨끗하게 씻기를 기도합니다. 뜨거운 비눗물에 끓고 있는 행주처럼, 수건처럼, 제 삶도 고난으로 많이 얼룩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고난 때문에 성숙할 수 있었습니다. 세상의 핍박 속에서 기쁨과 감사를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빨래를 삶는 데도 지혜가 필요합니다. 물과 세제의 비율에 따라 표백의 정도가 달라집니다. 옷감에 따라 몇 분을 삶을 것인지도 달라집니다.

약한 옷감은 비눗물이 끓어오를 때 얼른 불에서 내려야 합니다. 그리고 색감이 있는 옷은 세제를 많이 넣고 오래 삶으면 안 됩니다. 또 삶은 다음에 뜨거운 물로 헹구느냐 차가운 물로 헹구느냐에 따라 표백 효과도 달라집니다. 애써 열심히 삶았지만 세제 양을 잘못 조절하고 제대로 헹구지 못해서 하얀 옷감이 누렇게 변하기도 합니다.

절대로 삶아서는 안 되 는 옷감도 있습니다. 빨래를 삶으려고 옷감을 비슷한 성질끼리 나누면서, 하나님은 이처럼 사람마다 만나 주시는 방법이 다르다는 생각을 합니다.

어쩌면 저는 세제를 열 스푼이나 넣고 끓여도 하얗게 될 수 없는사람인지도 모릅니다. 평생 새벽마다 빨래를 삶다 보니 남들이 삶으면 안 된다고 말하는 리넨도 깨끗하게 삶을 수 있는 요령을 터득했습니다.

리넨은 끓어오르려고 거품이 작게 일 때 바로 불을 꺼서 찬물에 살짝 담가 두었다가 헹구면 됩니다. 이제는 이 정도 옷감이면 세제를 얼마 정도 풀면 되겠다, 몇 분 정도 삶으면 되겠다가 탁 나옵니다. 이렇게 되기까지 저는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쳐서 제게 딱 맞는 묵상법을 찾은 것입니다.

요리할 때 레시피도 남의 것으로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살림도, 남의 살림 노하우를 배운다고 해서 금세 내 것이 되지 않습니다. 혼자서 외롭게 살림을 해 나가야 하듯 묵상도 혼자서 씨름해서 얻어내야 합니다. 저처럼 세상 지식이 없고 사회 경험까지 없다면 더 힘들고 외롭게 싸워야 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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