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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유토피아란 없다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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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소설가 박상우(50)가 4년만에 소설집 『인형의 마을』(민음사)을 내놨다. ‘샤갈의 마을’ ‘사탄의 마을’ ‘사람의 마을’에 이어 네번째이자 ‘마을’시리즈의 종결편이다.

‘인간은 던져진 존재’란 철학적 개념은 이번 작품집에서 가상공간의 분신인 ‘아바타’란 인터넷 시대의 표상으로 변주된다. 표제작 ‘인형의 마을’에서 주인공은 인터넷 가상공간 속 마리 앙투와네트, 남이 장군, 이재명 의사의 아바타에 ‘완전한 인생’을 부여한다. 마리 앙투와네트에게는 ‘창녀’란 부정적 이미지를 제거하고, 남이 장군에게선 그를 역적으로 몰게 한 문장의 오해를 바로잡는다. 김구 선생에게 총을 압수당하는 바람에 매국노 이완용의 암살에 실패한 이재명 의사에겐 칼 대신 총을 쥐어준다.

스스로 창조주가 되면 완전한 삶을 탄생시킬 수 있을까. 유토피아란 ‘어디에도 없는 곳’이듯, ‘완전한 삶’이란 불가능하다는 뻔한 답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독서형무소’는 책으로부터 얻은 지식을 이용해 육체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을 세뇌시키는 독서형무소 수감자 ‘나’의 이야기다. 가까스로 독서형무소에서 벗어났지만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육체형무소’. 형무소에 갇히지 않는 방법이라곤 두 세계를 잇는 다리 아래로 떨어지는 것 뿐이다. 벗어날 수 없는 굴레에 갇힌 답답함. 그럼에도 벗어나기 위해 끊임없이 몸부림치고, 불가능함을 알면서도 이상을 추구하는 것이 바로 인간다움의 본질 아니던가.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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