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여행] 부산녀 광주남의 담양 데이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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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남자와 사랑에 빠진 경상도 아가씨랍니다. 1년 전 대만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할 때 만났어요. 이제는 한국으로 돌아와 남친은 광주, 저는 부산에서 대학에 다니고 있어요. 둘 다 졸업반이라 각각 도서관에서 ‘열공’하고 있지요.

그런데 요즘 그의 목소리가 장맛비 맞은 빨래처럼 축 처져 있어 맘이 아프답니다. 제가 보고 싶어서겠죠? 때마침 담양 떡갈비 맛 기행에 당첨됐어요. 대만에 있을 때 그가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하던 떡갈비도 먹고, 데이트할 기회도 생겨 너무나 기뻤어요.

담양의 떡갈비는 ‘덕인관(061-381-3991)’의 주인 할머니가 1960년대 초 처음 손님상에 올리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입소문이 나면서 70~80년대엔 남도의 대표적인 음식 중 하나가 됐고, 그 맛을 흉내내는 식당들이 담양 여기저기에 생겼답니다.

조리법은 지방에 따라 조금씩 다른데, 담양 떡갈비는 잔칼질로 양념 맛이 살 속 깊게 배어들게 한 뒤 무쇠 솥 같은 번철에 뜨겁게 익혀 먹는답니다. 전통 조리법을 고수하는 덕인관의 주인 할머니는 재료로 한우만을 고집하고 씹는 맛을 살리기 위해 고기를 갈지 않는다고 하네요. 갈비뼈에 붙은 갈빗살을 떨어지지 않도록 곱게 잔칼질해 적당히 씹는 맛도 있고, 씹을수록 갈비 고유의 쫄깃함과 고소함이 느껴졌어요.

떡갈비를 중심으로 차린 밥상엔 10여 가지의 남도식 밑반찬도 푸짐하게 올라왔어요. 오이·골뱅이·대나무 죽순을 초무침한 죽순 회는 담양의 별미답게 기억에 남을 맛이었어요. 식사가 끝날 즈음 남자친구의 목소리에 생기가 돌았어요. 오랜만의 맛난 데이트였습니다.

김민지 (24·부산시 해운대구 반여4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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