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포기했던 遊說 왜 들먹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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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국회 제도개선특위가 금주부터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가면서 여당인 신한국당이 현재 법으로 금지돼 있는 대통령의 선거유세를 다시 부활하는 쪽으로 통합선거법을 개정할 뜻을 시사했다.정당정치하에서 당적을 보유하고 있는 대통령이 자신의 당을 위해 선거운동에 참여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에서다.이에 야당들은 관권(官權)선거우려를 내세워 일제히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나섰다.
우리는 대통령이 선거운동을 하는 것이 옳으냐,그르냐는 문제는논리싸움 차원의 것이 아니라고 본다.여당의 논리대로 여당총재를맡고 있는 대통령이 선거운동에 나설 수 있는 것이고,야당 주장대로 대통령이 선거운동에 나서면 공무원들의 선 거관여가 촉발될수 있다는 우려 또한 부정할 수 없다.따라서 이 문제는 논리가아니라 당초 이러한 유세금지조항을 신설한 뜻이 어디에 있었느냐는 점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본다.
현 정부.여당이 정치개혁 입법의 하나로 94년 3월 통합선거법으로의 개정을 주도했을 때 그 획기적인 내용때문에 야당까지도쌍수를 들어 환영했다.이때 여당은 스스로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관권선거를 근절키 위해 대통령을 포함해 국가및 지방 공무원들의선거운동을 금지시키고,심지어 통반장.예비군 소대장까지도 이에 포함시켰다.여당 스스로 「여당 프리미엄」을 포기할 정도로 투철한 개혁의지의 소산이었다.
그런데 지방선거와 총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여당 내부에서 대통령의 손과 발을 묶는 이 조항은 고쳐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더니이번에 특위에서 정식으로 제기할 모양이다.그렇다면 법을 만들 당시에는 충만했던 그 개혁의지가 이제는 퇴색했다 는 얘기인가.
우리는 원론적으로는 대통령이 선거운동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그러나 여당 스스로가 좋은 정신에 입각해 고친 법이면 그법정신이 뿌리내릴 수 있게끔 일정기간 지켜보는 것이 옳다.우리는 최소한 이 선거법으로 내년 대통령 선거까지는 치러보고,이 정부 임기이후에 고쳐도 고쳐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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