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유해 연구 문서 법원서 첫 공개 명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2부(재판장 趙寬行부장판사)는 폐암 환자와 그 가족들이 KT&G(전 한국담배인삼공사)와 국가를 상대로 낸 이른바 '담배 소송'과 관련, "KT&G 측은 1958~99년 사이 발간된 담배 관련 연구문서 464개를 공개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2일 밝혔다.

법원이 담배의 유해성이 담긴 연구문서에 대한 공개 명령을 내린 것은 처음이다.

KT&G 측은 법원의 명령서를 받은 지 5일 이내에 문서를 제출해야 한다. KT&G 측은 문서를 제출하겠다는 입장을 재판부에 전달했다.

재판부가 공개를 요구한 문서는 ▶흡연과 폐암의 상관 관계에 관한 연구▶니코틴.타르 등 담배 내 유해물질에 대한 연구▶담배의 중독성에 관한 연구 등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신제품 개발을 위한 연구, 외국담배에 대한 연구 문서 등 197건은 "영업비밀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공개 대상에서 제외했다.

재판부는 또 소송을 낸 폐암 환자 6명(3명은 사망)에 대한 신체 감정 및 진료기록 감정을 서울대병원에 의뢰했다.

호흡기 내과, 환경 및 산업의학, 정신과 등 5개 분야 전문가로 이뤄진 감정팀은 이들에 대해 ▶흡연 외 폐암 유발 요인▶담배의 중독성과 금연 가능성▶근무환경과 폐암 발병의 상관관계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99년 12월 金모(57)씨 등 폐암 환자 6명과 가족 등 31명은 "담배가 폐암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며 국가와 공사 측을 상대로 3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김현경 기자

[뉴스 분석] 흡연자의 폐암 책임소재 첫 규명

이번 결정으로 '담배 소송'이 본 궤도에 오르게 됐다. 1999년 소송이 제기된 지 5년 만이다.

KT&G 측은 그동안 "영업 비밀"이라는 이유로 일부 자료의 공개를 거부해 왔다. 반면 원고 측은 "국가와 KT&G 측이 담배의 유해성을 알고도 이를 은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양측의 팽팽한 공방 때문에 소송은 지지부진했다. 재판부는 신속한 소송 진행을 위해 지난달 대전 KT&G 중앙연구원에 직접 내려가 사흘 동안 문서 내용을 일일이 살폈다. KT&G의 문서를 통해 원고 측의 주장이 사실인지를 규명하는 작업이 관건이다.

재판부가 요구한 원고 측에 대한 신체 감정 결과도 중요 변수다. 재판부는 "배상 책임을 가리기 위해선 환자 개개인의 흡연과 폐암의 인과관계가 구체적으로 입증돼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문서 분석과 신체 감정 결과를 토대로 담배와 폐암의 연관성을 판단, 가능하면 올해 안에 재판을 종결지을 방침이다.

미국에서는 담배 회사에 배상 판결을 내린 바 있지만 프랑스.스페인 등 유럽에서는 "흡연에 따른 사망은 본인 책임"이라며 담배 회사가 승소했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