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논조>일본은 核폐기물에 일층 노력-니혼게이자이신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히로시마(廣島).나가사키(長崎)시는 핵무기의 참화(慘禍)를 보여주는 「역사의 증인」이다.
원폭(原爆) 투하로부터 51년이 지난 지금도 이 엄숙한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비참한 체험에 뿌리를 둔 히로시마.나가사키의핵 폐기 염원은 국제여론에도 큰 영향을 미쳐왔다.
동시에 핵 억지력에 의해 지탱돼온 냉엄한 국제정치 현실이 이문제와 결부돼 있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우리는 낙관도 비관도 하지말고 궁극적인 핵무기 폐기를 향해 끈질기고도 확실한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한다.
올해는 핵무기에 관한 두개의 큰 뉴스가 있었다.하나는 중국의핵실험이며 다른 하나는 국제사법재판소(ICJ)가 「핵무기 사용은 일반적인 국제법 원칙에 반한다」는 권고안을 낸 것이다.
중국의 핵실험은 국제사회의 거듭된 항의를 무시하는 한편 히로시마.나가사키의 염원을 거스르는 것이었지만 어쨌든 중국은 지난달 30일부터 핵실험을 동결한다고 선언했다.중국의 지난번 핵실험이 인류 최후의 핵실험으로 기록되고 제네바에서의 포괄핵실험금지조약(CTBT) 교섭의 조기 타결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싶다. 동서 냉전이 끝나고 세계는 지금 핵 군축을 진전시킬 획기적기회를 맞고 있다.그러나 세계질서의 격변은 동시에 핵확산의 위험을 낳고 있다.
지난해 핵확산금지조약(NPT)의 무기한 연장에 의해 각국은 이같은 위험과 불안에 일단 제동을 걸었다.막바지 절충을 벌이고있는 CTBT는 NPT 체제 강화의 버팀목이 된다.
핵 군축의 진전을 위해서는 우선 핵실험의 전면 금지를 확실히하는 것이 필요하다.이를 새 출발점으로 삼아 핵무기의 원료가 되는 핵분열 물질 생산금지(Cut-Off) 조약 체결,제2차 전략핵무기감축조약(STARTⅡ)의 조기 비준,S TARTⅢ의 개시등으로 핵 군축을 착실히 진행시켜 나가야 한다.세계 유일의피폭국인 일본은 한층 더 이에 관한 외교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긴요하다.
히라오카 다카시(平岡敬) 히로시마시장은 저서 『희망의 히로시마』에서 히로시마.나가사키의 목소리가 세계의 공감을 얻고 있는반면 미국으로부터는 「원폭 투하는 전쟁을 끝내기 위한 정당한 수단」이라는 반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아시아로부 터는 「일본은가해 책임을 얼버무리기 위해 원폭피해를 강조하고 있다」는 반론이 있다고 했다.
일본에 대한 각국의 불신감을 씻는 것은 쉽지 않다.
우리는 왜 무모한 전쟁을 일으켰는가,왜 원폭 투하 전에 전쟁을 끝내지 않았는가에 대해 절실히 반성한 적이 있는가.이같은 반성을 바탕으로 민주국가로 거듭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여 왔던가.히로시마.나가사키의 목소리에 더 큰 힘을 주기 위해서는 스스로 깊이 반성하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정리=이철호 도쿄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