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하루에 100km, 걸을 수 있답니다!

중앙일보

입력

박용원 씨는 자신의 이름 석 자보다 인터넷 도보카페에서 통용되는 ‘용파리’라는 아이디로 더 유명하다. 도보여행의 최대 카페중의 하나인 ‘인생길 따라 도보여행’의 초대 카페지기였던 박씨는 현재 ‘나를 찾아 길 떠나는 도보여행’의 카페지기로 활동하며 지난 8년 동안 스물 두 차례에 걸쳐 장기 도보여행을 해왔다. 한반도를 걸어서 횡단하고 종단하기를 수차례, 그가 걸어온 길만도 약 1만 6천km에 이른다.
이쯤이면 걷기에 도가 텄을 법도 한데, 박 씨는 또 다른 도전을 감행하고 나섰다. 하루 24시간 동안 100km를 걷는 ‘울트라 도보’가 그것이다. 9월 27일 ‘한강변 울트라 도보’는 벌써 8회째를 맞는다. 처음에는 그저 지인들과 ‘걷기의 한계는 어디일까? 우리 몸은 얼마나 걸을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에서 시작한 것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걷기 매니어들을 끌어 모으게 된 것이다. 대회를 앞둔 박용원 씨에게 울트라 도보에 관해 알고 싶은 몇 가지들을 물어보았다.

동해안선을 따라 고성에서 부산까지 장기도보여행 중 삼척입구

Walkholic(이하 WH) 걷기 전도사를 넘어서 걷기 모험가라고 부를 만도 한 것 같습니다. 걷기 매니어가 된 것은 언제입니까?
박용원(이하 박) : 내가 올해로 쉰여덟 살입니다. 걷기를 처음 시작한 건 8년 전이었어요. 반백(쉰 살) 기념이 될 만한 게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서울에서 삼천포까지 내 두 발로 걸어보자고 결심했죠. 내 나름으로는 국토 종단이었던 셈이에요. 그런데 그때 느낀 성취감이란 세상 어느 것과도 바꿀 수가 없는 값진 것이었습니다. 아마 오십 평생에 느낀 최고의 짜릿한 감정이었을 거예요. 그 기분에 매료돼서 8년이 지난 지금까지 발을 빼지 못하고 길 위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답니다.

WH 걷기 매니어이면서 ‘울트라 도보’를 처음 시작한 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정확한 의미의 ‘울트라 도보’란 어떤 건가요?
박 : 보통 울트라 걷기를 하면 24시간 내에 100km 정도를 걷습니다. 자신의 신체적 한계 혹은 걷기에 도전하는 운동이라는 뜻에서 울트라 도보라는 이름을 지어봤습니다. 걷는 사람은 당연히 신체적 고통을 느끼게 됩니다. 그런데 그 고통의 순간 너머에는 도전에 성공했다는 성취감과 쾌감이 기다리고 있어요. 걸으면서 부단히 자기와 싸우지 않으면 안 됩니다. 완주를 못한다고 해도 꽤 이색적인 걷기 경험을 할 수 있고, 완주를 했다면 자기 삶의 자신감으로 승화시킬 수도 있어요. 울트라 도보에 도전하기 전에는 넘보기 힘든 장벽처럼 보이곤 하지만 막상 완주하고 나면 느낌이 달라지죠. 걷기를 좋아하기만 한다면 평범한 사람들도 얼마든지 성취할 수 있는 것이란 걸 알게 되거든요. 완주한 사람들은 다들 왜 진작 도전하지 않았을까 하는 얘기를 합니다.
사실 대회가 끝나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다시는 하나 봐라!” 이렇게 말합니다. 그런데 다들 며칠 지나면 “다음 대회는 언제냐?”고 물어옵니다. 완주의 성취감이라는 게 여운이 오래 가거든요. 진짜 워크홀릭만이 되는 한 방법이죠.

WH ‘울트라 도보’를 시작한 계기가 있습니까?
박 : 사실 거창한 계기가 있었던 거 아닙니다. 저는 처음부터 장기도보여행을 시작한 게 되는데, 알맞은 숙소를 찾지 못해서 난감했던 일이 꽤 많아요. 숙소가 나올 때까지 밤이 깊어도 무작정 걸어야만 했지요. 2002년 일본에서 도보여행을 하던 중에 어느 날은 72km를 걷고 나서야 겨우 잠자리를 구할 수 있었어요. 당연히 몸이 고생스럽고 피곤하지요. 그런데 또 이런 생각도 들더군요. 걷기로 단련되기만 한다면 하루에 100km 정도도 걸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처음에는 그저 혼자 생각에 불과했어요. 그렇게 걸어본 사람이 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도 없었고,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았거든요. 2년가량 그냥 머릿속에서 생각만 했어요. 그러다가 더 이상 나이가 들기 전에 꼭 도전해야 하겠다는 결심이 섰어요. 나름대로 중대 결단을 내린 거죠. 그래서 ‘걷기 매니어들 설득에 나섰죠. 사색하고 명상하는 걷기도 있지만, 극기하는 걷기도 있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그러다보니 솔깃해하는 걷기 매니어들을 만나게 됐어요. 그리고 2004년 5월 22일 오후 2시에 시범대회를 시작했죠.
당시 한강변 출발선상에 선 참석자들은 모두 11명이었는데, 다섯 명이 완주를 했어요. 그 중에 한 분이 여성이었습니다. 사실 저희들도 놀랐어요. 모두가 완주를 하는 게 목표도 아니었고, 가능성을 테스트해보자는 뜻이었는데 예상외의 성과가 나타난 거잖아요. 자신감이 생겼죠. 그게 울트라 도보 대회 탄생의 중요한 포인트가 됐어요. 그래서 동호회 회원들과 9월에 뒤에 정식으로 도보 대회를 개최하기 시작했죠. 보통 봄과 가을에 대회를 엽니다.
이제는 제법 걷기 매니어들 사이에서 인정을 받게 돼서, 2년 전에는 국제걷기연맹 산하 대한걷기연맹에서 울트라 도보를 국제걷기 대회로 채택했습니다. 앞으로는 다른 나라의 국제걷기연맹에서도 앞 다투어서 울트라 도보 대회를 채택해 나가게 될 것이라고 예상됩니다.

지난 2004년 시범 울트라 도보 대회를 함께한 사람들

WH 울트라 도보 대회는 어떤 식으로 진행합니까?
박 : 울트라 도보 대회의 종목은 50km와 100km 두 가지가 있는데 50km는 12시간 내에, 100km는 24시간 이내에 완주하도록 제한 시간을 두었습니다. 시간 내에 완주하려면 평균 시속 4km이상의 속도로 24시간 동안 계속 걸어야 합니다. 물론 주최 측에서 식사는 제공해 줍니다만 쉬는 시간이나 식사시간을 제외시키면 시속 5km이상을 유지해야만 완주가 가능하게 됩니다.
사람이 자지도 않고 24시간을 계속해서 걷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대회의 규정은 주어진 시간 이내에 결승점에 들어오기만 하면 순위는 무시하고 완주자 모두가 동일한 승자의 혜택을 누리게 되지요. 다시 말해 완주 순위는 모두 무시하고 완주 그 자체에만 의미를 부여하는 것입니다.

지난 2004년 시범 울트라 도보 대회 때, 행주대교 부근

WH 9월 27일에 있을 ‘울트라 도보 대회’의 소개도 부탁드립니다.
박 : 인생길 따라 도보여행 카페에서 2004년 5월에 시범 울트라 도보대회를 처음 시도한 이후 일 년에 두 번씩 개최되는 본 대회는 벌써 8회 째를 맞았습니다. 중학생이상이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참여 할 수 있지요. 참가를 원하는 사람은 9월 24일까지 인생길 따라 도보여행(http://cafe.daum.net/dobojourney) 카페를 통해 참가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1호선 구일역 안양천변을 출발해서 한강본류를 따라 양재천과 중량천을 거쳐 다시 여의나루까지 돌아오는 한강변 순환 코스를 걷게 됩니다. 50km 종목 참가자는 자기의 시간에 맞게 오전 혹은 오후조로 선택하여 참가할 수 있습니다. 완주자에게는 두 종목 공히 기념으로 완보증도 수여합니다.

최경애 워크홀릭 담당기자 doongje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