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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있는요리>임자수탕-주부 서정옥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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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경상도 사람이면 다 알지예.임자수탕은 닭을 삶아 하지만 우리 시댁에선 굴을 써서 「쳇국」이라고도 만들어 먹거든예.쳇국이여염집 음식이라면 임자수탕은 품위가 있는 궁중음식인 거라.오이를 깎아도 이렇게 돌려깎거든요.』 시원스러우면서도 담백한 임자수탕의 맛내기 비결을 주부 서정옥(徐貞玉.41.서울송파구잠실동)씨는 부산에서 나서 밀양사람에게 시집가 서울에 사는 내력이 살아있는 말투로 설명한다.글로 채 옮겨지지 않는 그 독특한 억양만으로 지레짐작하고 徐씨의 요리솜씨를 「손맛파」로 분류한다면큰 실수.사범대 가정과를 다니면서도 『내 전공은 요리』라고 믿고 지낸 대학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는 그의 요리 사랑은 「학구파」로 불러야 제격일 듯 싶다.임자수탕만 해도 집에서 배운 기본솜씨 에 여기저기서 얻은 대여섯가지 조리법으로 직접 만들어보고입맛에 맞게 재료분량을 조정하고 직접 계량한 것이라고 한다.
『서양음식은…남편 직장 때문에 영국에서 만4년을 살았어요.거기서 먹고,보고 한 게 큰 도움이 됐지요.』 더 들어보니 단지먹어본 것뿐 아니라 1년짜리 학교를 다니면서 서양조리실무를 직접 배워 공식자격증을 따내기도 했다.서울에 돌아와서도 실무를 배우겠다는 욕심에 인터컨티넨탈호텔 조리부에서 10개월 남짓 「주방보조」일을 했는가 하면 한 식.중식.일식.양식에 각각 관심있는 사람들이 모여 서로 가르쳐주는 연구회활동을 하는등 徐씨의요리공부욕심은 보통을 넘어선다.
심지어 그에게서 요리 배우는 동네 주부들에게 이론문제를 출제해 필기시험을 치르게 하는데,수강생들은 무척 즐거워한다고.앞으로는 본격적인 학원을 시작해서 「강단파」로 옮아갈 구상이란다.
▶재료=닭고기 400,생강 1쪽,파 흰뿌리 1쪽,볶은 깨 4분의 1컵,잣 4분의 1컵,배 1개,오이 2분의 1개,달걀 1개,소금 2분의 1큰술,불린 표고 10.닭고기 양념으로 간장 1큰술,소금 2작은술,다진 파 1작은술,다진 마늘 1작은술,생강즙 1작은술,후추가루.깨소금 조금.
▶조리법=①닭은 물에 담가 피를 빼고 깨끗이 씻은 뒤 냄비에담아 닭이 잠길 정도의 물을 붓고 생강과 파 흰뿌리를 넣어 삶는다.②삶은 닭은 건져 껍질을 벗기고 살을 바른 뒤 납짝하게 썰어 준비한 양념에 무친다.③닭 삶은 물은 식혀 서 기름을 걷어낸다.④볶은 깨와 잣은 닭국물을 부어가며 믹서에 곱게 갈아 체에 받쳐 깻국을 만든다.여기에 소금간을 한 뒤 차게 식혀둔다.⑤배는 껍질을 벗겨 골패모양으로 썬다.⑥오이는 소금으로 문질러 씻은 다음 길게 토막을 낸 뒤 껍 질을 벗기듯 돌려깎기를 해 골패모양으로 썬다.⑦⑥의 오이를 소금에 약간 절였다 꼭 짜서 살짝 볶는다.⑧표고도 손질해 오이와 같은 크기로 썰어 살짝볶는다.⑨달걀은 노른자.흰자 따로 지단을 부쳐 골패모양으로 썬다.⑩고명 얹을 것을 좀 남기고 모든 재료를 함께 섞어 시원한그릇에 담아 깻국을 부어 차려낸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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