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은 물었고 ‘왜 야구를 하는가’ … 선수는 답했다 SK 2년 연속 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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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연속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차지한 SK 선수들이 우승 기념 모자를 공중으로 던지며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SK가 2008 삼성PAVV 프로야구 정규시즌 1위를 확정 지었다. 지난해에 이어 정규시즌 2연패다. SK는 21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KIA전에서 2-1로 이겼다. 이로써 올 시즌 77승37패를 기록한 SK는 정규시즌 12경기를 남겨두고 2위 두산과 승차를 11.5경기로 벌려 1위를 확정했다.

올 시즌 프로야구 정규시즌은 SK가 독주했다. SK는 4월 20일 1위에 오른 이후 한 번도 선두를 내주지 않았다. 이날 선발투수로 나선 김광현(다승 1위·15승)과 정우람(홀드 1위·24개) 외에는 개인 타이틀 1위가 없고, 거포 이호준과 정경배 등 굵직한 주전들은 부상으로 그라운드에 제대로 서지도 못했다. 후반기에는 주전 포수 박경완마저 다쳤다. 하지만 튀는 스타가 없는 ‘개미 군단’ SK는 그 어느 때보다 강했다. 혹독한 훈련을 웃으면서 견뎌내고 “절대로 지지 않겠다”는 선수들의 살아 있는 의지가 SK를 무적으로 만들었다. 김 감독은 올 시즌 개막전을 이긴 후 내리 3연패 당했을 때 “아, 올해는 끝났다”고 체념했다고 한다. 당시에는 그조차도 훌쩍 성숙해진 선수들의 진가를 몰랐다. SK는 짧은 초반 부진을 딛고 고속질주하며 단숨에 선두를 꿰찼다.

SK 선수들은 지난해 우승 직후 쉴 틈도 없이 이어진 ‘지옥 훈련’을 견뎌냈다. 박재상(외야수)은 “정규시즌 우승이 코앞인 지난주 월요일에도 휴식 없이 긴급 호출돼서 연습경기를 했다”고 ‘고생담’을 이야기하면서도 웃었다. 수비와 타격에서 혹독하게 훈련한 만큼 결과가 나오는 ‘단맛’을 봤기 때문이다.

SK는 올 시즌 김 감독의 사인이 떨어지기 전에 도루를 시도했고, 번트를 댔고, 단 한 번의 찬스가 왔을 때 방망이를 터뜨렸다. SK의 트레이드 마크인 물 샐 틈 없는 수비는 올해 더 단단해졌다.

김 감독은 시즌 전 선수들에게 “왜 야구를 하는가”에 대한 설문지를 돌렸다. 무조건 ‘지옥 훈련’을 하는 게 아니라 왜 이겨야 하는지에 대해 물은 것이다. 그리고 1년 여 뒤, 김 감독은 정규시즌 1위를 확정 지은 원동력에 대해 “선수들이 성숙해졌기 때문이다. 박재홍이나 정근우 등 경험이 쌓인 선수들은 안 가르쳐도 알고 한다”고 말했다.

인천=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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