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신성장동력] ‘바보상자 → 황금알 상자’ IPTV에 사활 건 한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15면

KT는 특히 IPTV를 위한 교육 콘텐트 확보에 힘쓰고 있다. KT 측은 “양방향 교육 서비스를 활용하면 사교육비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KT가 내세우는 3대 신성장동력은 ▶인터넷TV(IPTV)▶와이브로(휴대인터넷)▶인터넷전화(VoIP)다. 이를 위해 올해에만 6500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차세대 인프라 구축사업에도 9600억원을 투입한다. 3대 성장 사업을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서다. 모두 ‘구리선 전화 사업자’에서 ‘미디어·인터넷서비스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승부수인 셈이다.

◆IPTV 위해 망 고도화 박차=KT는 올해 특히 IPTV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관련 법 제정에 이어 최근 KT·LG파워콤·하나로텔레콤이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우리나라의 IPTV 사업은 본궤도에 올랐다. KT는 가장 빠른 다음달 중순 국내 첫 IPTV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 3사와 프로그램 실시간 재전송에 대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CJ미디어 등 대형 케이블TV 프로그램 제작사들과도 물밑 접촉이 한창이다.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를 위해 국내외 대형 영화사들과도 속속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이 회사 미디어본부의 심주교 상무는 “IPTV 콘텐트 확충을 위해 2012년까지 47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2012년까지 총 130개 실시간 방송 채널과 4만2000개의 주문형 비디오, 80개의 양방향 서비스 프로그램을 확보할 계획이다. <표 참조>

콘텐트 확보와 함께 전국적인 통신인프라 구축에도 나선다. IPTV 서비스의 근간은 역시 방대한 데이터를 원활하게 실어나를 수 있는 인프라이기 때문이다. KT는 서비스 품질이 균일한 백본망(소형 회선들로부터 데이터를 수집해 빠르게 전송할 수 있는 대규모 전송회선) 구축을 위해 지난해 7월 서울과 경기도 동탄 신도시를 시작으로 망 고도화 작업을 추진해 지난달 말 마무리했다. 망 고도화란 트래픽 과부하 상황에서도 안정적 방송을 위한 대역폭을 최우선으로 확보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IPTV)법에는 ‘IPTV 서비스 제공을 위해 인터넷망에서 일정한 서비스 품질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백본망에서 각 가정에 이르는 가입자망의 고도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이길주 KT 상무는 “올해 말이면 메가패스 가입자의 77%(528만 가구)가 IPTV 이용이 가능한 50M급 VDSL 네트워크를 이용할 수 있다”며 “이 비율을 2010년까지 95% 수준으로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백본망 및 가입자망 고도화에는 2012년까지 6100억원이 소요된다. 이 외에도 IPTV 서비스 송·수신을 원활히 하기 위한 단말 및 방송시스템 개발에 각각 4700억원과 15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차세대 유·무선 통신서비스 활성화=KT는 우선 와이브로 활성화에 나선다. 시속 120㎞ 이상으로 움직이며 초고속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이동형 무선 광대역 서비스다. 순수 국산 기술이어서 로열티 부담이 거의 없으며, 3세대 이동통신의 국제 표준으로 채택돼 사업 전망도 밝다. KT는 이 기술 개발 및 상용화를 위해 지난해까지 6700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올해도 1200억원을 추가로 들일 예정이다. 와이브로도 IPTV처럼 인프라가 중요하다. 이 회사는 현재 서울과 수도권 7개 도시, 5대 광역시를 중심으로 서비스 커버리지를 늘려가고 있다. 표현명 KT 전무는 “서울·분당은 지하철 안에서도 와이브로를 이용할 수 있다”며 “다음달 말부터는 인천·고양·성남·수원·과천 등 수도권 17개 시 전역에서도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또 와이브로를 이동전화·지상파DMB 등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융합형 단말기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그간 와이브로폰, 전용 노트북 등 20종류의 단말을 개발했다. KT는 또 올해 초고속인터넷망 전화서비스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인터넷전화는 이 회사 주요 수익원인 유선전화 시장의 축소를 불러온 ‘악재’지만 더 이상 피할 수만은 없게 됐다는 판단에서다. 다음달 번호이동 제도마저 도입되면 후발업체들과 가정용 전화시장에서의 한판 승부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최두환 부사장은 “음성 통화만이 아닌, 정보·오락 기능까지 갖춘 단말기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까지 400억원을 투자했고, 올해 540억원을 투입한다.

이나리 기자



윤종록 KT 성장사업부문장 “IPTV 활성화 땐 백화점 갈 일도 줄 것”

 


요즘 윤종록(사진) KT 성장사업부문장의 관심은 온통 인터넷TV(IPTV)에 쏠려 있다. 다음달로 예정된 첫 서비스를 차질 없이 진행하려면 준비해야 할 것이 한둘이 아니라서다.

윤 부문장은 “많은 사람이 IPTV를 그저 ‘또 하나의 방송’으로만 생각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10년을 대표하는 것이 ‘PC+인터넷’이라면, 앞으로의 10년은 ‘TV+인터넷’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IPTV를 통해 이전엔 볼 수 없던 다양한 사업 모델이 등장하고, 이로 인해 엄청난 투자 기회가 생겨난다는 주장이다.

그는 “IPTV가 활성화되면 백화점 갈 일이 줄어들 것”이라며 “IPTV의 백화점 쇼핑 코너를 클릭하면 가상현실처럼 잘 짜인 프로그램을 통해 매장을 둘러보고 제품을 이리저리 살펴보는 등 생생한 쇼핑의 즐거움을 맛보게 될 것”이고 설명했다. 또 “과거 초고속인터넷망 회사는 인프라만 제공할 뿐, 실제적 부가가치는 구글 같은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가 누렸다”며 “IPTV 시대엔 KT가 곧 서비스 주체가 돼 다양한 투자 기회를 직접 창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와이브로에 이동통신처럼 전화번호를 부여하겠다는 정부 정책을 반겼다. 그럼에도 와이브로의 경쟁력은 음성이 아닌 데이터 서비스란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동통신사들도 음성 통화로 인한 수익은 줄어드는 반면 무선인터넷 등 데이터 서비스 매출은 늘고 있다”며 “동영상 등 대용량 데이터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욕구가 갈수록 커질 것인 만큼 와이브로의 미래도 밝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