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 "재산세 인상안 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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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세 부과를 두달 앞두고 서울 서초구가 정부의 '재산세 인상 권고안'을 거부하고 구청장 자율로 세율을 최고 50%까지 낮출 수 있는 자율조정권(탄력세율제)을 발동키로 했다.

자치단체가 세율 조정을 통해 재산세를 낮추기로 한 것은 1997년 지방세법 개정으로 이 제도가 도입된 이후 처음이다. 정부가 권고한 건물시가 표준액에 세율을 곱해 매기는 재산세는 자치단체가 세율을 50% 낮출 경우 세액이 정부안의 최고 절반까지 줄어든다.

강남.송파구 등 다른 강남권 자치단체들도 "한꺼번에 재산세가 4~6배 올라 집단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며 자율조정권 발동을 검토하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재산세 과표(세금을 매기는 기준)를 '면적'에서 '국세청 기준시가'로 바꾼 정부의 재산세 인상안에 반발하는 자치단체들이 늘 수도 있는 상황이다.

서초구는 30일 구민회관에서 주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재산세율 조정 토론회'를 열고 5월 중 구청장 자율조정권을 발동해 재산세 인상 폭을 대폭 낮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초구의 올 아파트 재산세 인상률은 ▶송파(156%)▶강남(139%)▶양천(91%)에 이어 서울 25개 자치단체 중 4위다. 서초구는 이달 중 10~50% 범위 내에서 세율을 하향 조정(표 참조)한 뒤 구의회에 넘겨 관련 조례를 확정, 6월 1일 과세기준일에 맞출 예정이다.

조남호(趙南浩)구청장은 "8만8000여가구의 아파트 중 75%가 국민주택 규모인데 강남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미실현 이득에 대해 세금을 과도하게 매기는 것은 조세형평에도 어긋난다"며 "획일적인 지침을 따를 수 없어 법의 테두리 안에서 세율을 조정키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세율을 50% 낮추면 방배동 33평형은 24만3000원에서 13만2000원으로, 42평형 잠원롯데캐슬은 80만6000원에서 42만원으로 세금이 줄어든다.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구청들이 재산세율을 낮출 경우 세율 조정권을 정부에서 환수하고 재정 지원 때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양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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