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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은 카리스마, 설기현은 변화가 필요하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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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호 16면

박지성 ‘도전하라. 욕심내라’
박지성은 2년간 잊었던 무언가를 되찾아야 한다. 맨유에서 맞은 첫 시즌 보여준 과감한 돌파와 전진 패스다. PSV 에인트호번의 에이스로 발돋움한 뒤 막 맨유 유니폼을 입었을 때 그의 돌파는 예리했고 앞으로 향하는 패스는 힘찼다. 그것이 2골에 그쳤지만 7개의 어시스트를 올릴 수 있었던 비결이다.

축구 유럽리거들 ‘생존의 열쇠’

두 차례 큰 수술을 마치고 돌아온 박지성은 위축됐다. 부지런한 움직임은 여전하지만 패스만으로는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그동안 테베스·나니 등 경쟁자들이 늘었다. 올 시즌 4-3-3 시스템을 가동하는 퍼거슨 감독의 스쿼드에서 박지성의 위치를 찾기 힘들다. 그는 원점에서 다시 존재감을 증명해야 한다. 때로는 뚫고 나가는 저돌성도 보여야 한다. 도전적 플레이가 절실하다.

호날두·루니의 보조자라는 생각보다 자신이 팀의 주축이라는 자존심과 욕심을 품어야 한다. 이탈리아어로 악의(惡意)라는 뜻의 ‘카티베리아(Cattiveria)’는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강한 카리스마를 말한다. 맨유 4년차 박지성의 숙제다.
 
설기현 '들쭉날쭉 플레이가 문제'
울버햄프턴(잉글랜드 2부) 시절 설기현을 영입한 글렌 호들 감독에게 ‘왜 그를 출전시키지 않느냐’고 물었다. 허들 감독은 “들쭉날쭉한(not consistent) 플레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프리미어리거로 발돋움한 지 세 번째 시즌임에도 그는 아직 뿌리를 못 내렸고, 여전히 들쭉날쭉하다. 기복이 심하다는 것은 치명적 약점이다.

감독들은 ‘도박’보다 ‘안전’을 선호한다. 2006 독일 월드컵 당시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박지성의 동점골을 만들어낸 크로스는 그의 장기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생존할 수 없다. 기복이 심하다는 것은 상대 수비수에게 패턴을 읽힌다는 뜻이다. 변해야 할 시기다. 무리한 돌파보다 다양하게 동료를 이용하면 어떨까. 습관을 버리는 것은 쉽지 않지만 발상을 전환하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경쟁력을 얻을 수 있다.
 
김두현 ‘진짜 의사소통은 마음 통하는 것’
김두현이 맡고 있는 공격형 미드필더를 두고 흔히들 사령관이라고 부른다. 올 초 그가 임대 선수로 버밍엄에 도착했을 때 잉글랜드 출신 선수들은 동양인 사령관을 맞이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는 동료 사이에서 김두현은 “눈치만 늘었다”고 했다. 그는 지난 5월 챔피언십리그(2부) 마지막 경기였던 퀸즈 파크 레인저스와의 경기에서 골을 뽑아낸 후 완전 이적했다.

지난달 프리미어리그 개막전에서 아스널을 상대로 예리한 패스를 보여주자 동료들은 그를 신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 대선배 차범근은 시간이 날 때마다 동료 부부와 어울렸고 그들과 생활을 함께했다. “진정한 의사소통은 말을 잘하는 것보다 마음이 통하는 것이다. 친구를 만들면 적응은 쉬워진다”는 선배의 조언은 값지다.
 
이영표 ‘새 도전 과제는 우향우’
지도자의 성향에 따라 평가가 하늘과 땅 차이인 선수가 있다. 이영표가 그렇다. 영리하고 부지런한 데다 양발잡이인 그의 강점은 익히 알려져 있다. 하지만 왼쪽 풀백임에도 왼발 크로스가 부정확하고 대인 방어가 약한 그를 혹평하는 지도자 또한 많다. 토트넘 시절 그를 영입한 마틴 욜 감독은 그를 감쌌지만 후임인 후안데 라모스 감독은 일찌감치 그를 전력 외로 분류했다.

그를 영입한 도르트문트의 위르겐 클롭 감독은 이영표에게 전폭적 지지를 보내고 있다. 그는 독일 대표팀의 세계적 풀백인 필립 람(뮌헨)을 떠올린다고 했다. 하지만 토트넘에 갈 당시 그는 브라질의 카를로스와 동급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끝은 좋지 못했다. 이영표는 부상으로 빠진 데데를 대신해 당분간 왼쪽으로 뛸 것이다. 데데가 돌아온 후에도 역할을 찾기 위해서는 오른쪽에서도 자신의 강점을 찾아야 한다.
 
박주영 ‘더 세밀하게 더 정확하게’
박주영을 괴롭혔던 것은 ‘완벽함을 보여주기 위한 조급함’이었다. 부담감을 씻어내자 엇박자 드리블이 살아났다. 로리앙과의 데뷔전에서 힘들이지 않고 툭툭 쉽게 쉽게 공간을 열고, 골과 어시스트를 뽑아내는 품새가 돌풍을 일으키던 3년 전 그대로다. 지난여름 리옹으로 떠난 피키온느(29)와 AS 로마로 이적한 메네즈(21)를 대신할 만한 기량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한 경기였을 뿐이다.

박주영이 배워야 할 것은 많다. 프랑스 리그를 거쳐간 특급 스타들은 좋은 교과서다. 포르투갈 출신의 파울레타는 무엇을 내세워 세 차례나 득점왕에 올랐을까. 모나코를 거쳐 빅리그로 진출했던 클린스만과 앙리(바르셀로나)·트레제게(유벤투스)·아데바요르(아스널)는? 파울레타와 클린스만은 빠른 공격수가 아니었다. 앙리·트레제게·아데바요르는 힘이 부족한 유망주였다. 이들이 프랑스에서 배운 것은 정확성과 세밀함이다. 23세 박주영이 가야 할 길이다.
 
김동진·이호 ‘더 큰 꿈을 향해’
막대한 석유자본이 유입된 러시아 리그는 네덜란드와 프랑스에 이어 새로운 빅리그 전진기지로 떠오르고 있다. 독일 월드컵 이후 딕 아드보카트 감독을 따라 김동진과 이호(24)는 제니트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새 둥지를 틀었다. 러시아 리그 우승을 경험했고, 지난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컵 우승에 이어 맨유를 꺾고 유러피언 수퍼컵까지 차지했다.

김동진은 왼쪽 풀백으로 자리를 굳힌 반면 이호는 벤치에서 우울한 시기를 보내야 했다. 김동진은 당분간 제니트에서 경험을 쌓을 생각인 반면 이호는 올겨울 이탈리아를 겨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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