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동산 '미니 숲'엔 주말 피크닉 가족 붐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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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호 20면

의사당의 녹색 돔으로 상징되는 대한민국 국회는 일반인에게는 여전히 낯설기만 한 존재다. 철통 같은 경계근무에 쉽사리 접근조차 어려울 것 같고, 경내에 들어선 뒤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온갖 통제에 왠지 주눅이 들 것만 같은 곳. 하지만 알고 보면 국회만큼 활짝 열려 있는 국가 기관도 많지 않다.

'국회 마을'100배 즐기기

1993년 김영삼 정부가 들어서면서 열린 국회를 표방하며 “국회를 국민에게 돌려주겠다”고 선언한 이후 대부분의 시설이 일반에 개방됐다. 물론 지금도 경위나 의경들이 “어디 가시느냐”고 종종 묻지만 최소한의 보안을 위한 절차일 뿐이니 괜히 당황하지 말고 목적지만 얘기하면 된다.

정문을 들어서면 푸른 잔디밭이 한눈 가득히 펼쳐진다. 한가운데 분수에서는 시원한 물줄기도 뿜어져 나온다. 주말이면 간단한 먹거리를 챙겨 산책 나온 가족들의 웃음소리로 늘 흥겹다. 가로수 길을 따라 의사당 오른쪽으로 걸어가면 의원동산이 보인다. ‘국회에 이런 곳도 있었구나’ 싶을 정도로 고즈넉하면서도 아담한 휴식처로 방문객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75년 국회의사당 건립과 동시에 2만4000㎡ 규모로 조성된 이곳에는 잣나무 등 40여 종 3000여 그루의 나무가 울창하게 자라나 ‘미니 숲’을 이루고 있다. 공원 주변으로는 산책길이 조성돼 있고 군데군데 피크닉용 테이블과 벤치도 마련돼 있다. 16개 미술 전시품이 어우러진 잔디밭은 야외 예식장으로도 곧잘 활용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반에 개방되며 주말과 공휴일에도 출입이 가능하다.

국회의사당의 문도 활짝 열려 있다. 대한민국 국회는 회의 공개 원칙에 따라 국민이 언제든지 본회의와 상임위 회의를 직접 보고 들을 수 있다. 의사당을 둘러보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는 참관 프로그램이 있다. 국회 홈페이지(www.assembly.go.kr)에서 인터넷으로 사전 예약하면 전문 안내원의 친절한 설명과 함께 본회의장, 위원회 회의실, 로텐더홀 등 의사당 내부 곳곳을 둘러볼 수 있다.

본관 4층에서는 본회의 방청도 가능하다. 단 입장 규칙은 조금 까다롭다. 모자와 외투는 벗고 들어가야 하고 보자기 등 부피가 있는 물건도 휴대할 수 없다. 무기나 총기류를 숨겨 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방청석에서는 신문과 잡지도 읽을 수 없고 회의장 발언에 대해 박수도 칠 수 없다.

반바지·슬리퍼·미니스커트와 민소매 티셔츠 차림도 출입을 제한받는다. 민의의 전당인 국회의 권위와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예전에는 신청만 하면 누구나 자유롭게 방청이 가능했지만 안전 문제가 대두되면서 지금은 국회의원이나 4급 이상 일반직 공무원의 추천을 받은 사람으로 방청을 제한하고 있다.

의사당을 둘러본 뒤에는 헌정기념관으로 발길을 돌려보자. 제헌국회 때부터 제17대 국회까지 의정 60년사가 갖가지 기록물과 함께 전시돼 있다. 제헌국회 당시 상황을 밀랍으로 재현해놓은 제1전시실, 첨단 매직비전으로 국회 곳곳을 탐방할 수 있는 제2전시실, 통일을 준비하는 국회의 모습을 담은 제3전시실, 국회의장과 의원들이 의원외교 때 받은 선물과 기념품을 모아둔 제4전시실 등을 동선을 따라 걷다 보면 대한민국 국회 60년의 발자취를 한껏 느껴볼 수 있다.

의정체험관에서는 방문객들이 국회의원 역할을 맡아 찬반토론과 표결을 거쳐 법률안을 처리하는 과정을 직접 체험하는 프로그램도 선보여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관람료는 없지만 인터넷 예약이 필수다.

국회 역사탐방까지 마친 뒤에는 국회도서관 뒤편에 새로 들어선 국회의정관을 들러 볼 필요가 있다. 6층으로 올라가면 일반인도 출입 가능한 카페가 있는데, 탁 트인 전망에 한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여 기분이 더없이 상쾌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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