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생각합니다>광고속 性상품화 지나쳐 노골적 표현민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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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늦은 시간 TV에서 맥주광고를 보았다.
두 남자가 마주앉아 맥주를 마시며 지나가는 수영복 차림의 여성을 보고 『잘 익은 맥주는 나눠먹어야 맛있다』면서 웃는다.지나친 피해의식인지는 몰라도 이 광고를 보는 순간 집단 성폭행 기사를 본듯 섬뜩했다.
아무리 광고에 성을 상품화시킨다지만 이렇게 노골적인 광고를 TV에 낼 수 있는가.
요즘 언론들은 연이어 성개방 시대의 각종 성 관련 사건을 보도하고,성교육에 대해 계몽하고 있지만 무슨 소용이 있는가.대기업 광고에서조차 이렇게 기본적으로 깔린 낮은 성의식,「여성을 나눠먹어야」하는 상품으로 밖에 생각지 않는 사고로 물건을 만들고 광고하는데 이 사회가 바뀔 수 있을까.네살난 아들에게 성교육책을 읽어주고 좀더 나은 세상을 만들며 살아가게 하기 위한 나의 작은 노력들도 번쩍이는 TV의 짧은 광고 한 마디에 무너지는 것같다.
광고를 만든 사람,광고주의 아내.딸.누이가 그 광고속의 여자라면 기분이 어떨지 묻고 싶다.
손미영〈충북청주시봉명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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