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속에 빛나는 ‘보랏빛 생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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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것 없이 늘 비슷비슷해 보이지만 유행은 존재한다. 옷장 안을 뒤져 찾아내거나 새로 구입해서라도 이번 가을·겨울에 꼭 장만해야 할 아이템 몇 가지를 조언한다.

1 블랙 & 차콜 그레이 컬러
사계절 언제라도 환영받는 컬러가 있다면 단연 블랙이다. 어쩌면 올 가을·겨울 거리를 걷고 있는 여성들을 보면 흑백영화의 한 장면이 연상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우울하고 답답한 느낌은 주지 않을 것이다. 목탄과 실버가 오묘하게 혼합된 차콜 그레이 컬러를 적절히 매치한다면 지적이면서도 활기찬 블랙 우먼이 될 수 있다. 패션과 더불어 뷰티에서도 아이라인을 아래위로 강조한 블랙 아이 메이크업을 이번 시즌 트렌드로 꼽고 있다.

2 퍼플 & 라임 그린 컬러
일찌감치 보라색과 포도주색의 경계를 오가는 퍼플 컬러 아이템들이 쇼윈도에서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퍼플은 블랙과 그레이 모두와 잘 어울려 세련된 느낌을 강조해 주는 컬러다. 구찌 가죽벨트처럼 완전한 보라여도 좋고, 로로 피아나의 캐시미어와 실크가 섞인 숄처럼 브라운에서 블랙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그러데이션 퍼플도 좋다. 마치 해 질 녘 노을이 밤에 완전히 묻히기 직전의 느낌처럼. 너무 차려입었다는 느낌은 피하고, 자연스러움을 강조하고 싶다면 라임 그린 아이템을 살짝 매치해 보라. 생기 있는 느낌을 연출할 수 있다.

3 여성스러움을 강조하는 레이스
오트 쿠튀르에서나 볼 수 있었던 섬세한 디테일의 레이스가 2008 가을·겨울 트렌드 강자로 떠올랐다. 미우치아 프라다에 의해 과감하게 선보인 레이스 룩은 면과 울 소재를 사용해 섬세하고 화려한 느낌을 살리면서도 견고한 것이 특징. 때문에 레이스 의상들을 꼭 파티 드레스로만 이용할 필요는 없다. 소매와 가슴 부분을 살짝 장식한 레이스 의상을 블랙 재킷 안에 받쳐 입는다면 부드러우면서도 섹시한 여성미를 표현할 수 있다.

4 경쾌한 분위기의 체크 패턴
버버리나 닥스가 아니라면 좀처럼 체크 패턴을 구경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올해는 스코틀랜드 민속 의상에서 시작된 타탄체크를 비롯해 굵기와 컬러가 다양한 체크 패턴이 대거 몰려올 전망이다. 배드 걸의 이미지가 농후했던 돌체 앤 가바나 쇼에도 등장할 정도라면 올 가을·겨울, 체크로 인한 복고 무드는 강력한 트렌드다. 여학생들의 교복 스커트처럼 귀여운 멋도 있지만 잘못하면 촌스러워 보일 수 있다는 게 체크 패턴의 단점. 센스 있게 소화하려면 모노톤의 의상에 받쳐 입는 부분 포인트로만 활용할 것.

5 미니멀리즘 & 기하학적 실루엣
화려한 레이스가 등장하기는 했지만 올 가을·겨울 패션은 전체적으로 심플하고 모던한 미니멀리즘이 지배적이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떨어지는 절제된 라인이 대세. 대신 현대 건축의 미덕인 기하학적인 커팅 디테일이 자칫 심심해 보일 수 있는 의상들에 생기를 더하고 있다. 지난 봄여름 시즌 화려한 플라워 프린트와 함께 미래적인 느낌의 기하학적 커팅으로 주목받았던 발렌시아가는 가을·겨울에도 변함없이 독특한 실루엣으로 시선을 모았다. 비정상적인 비대칭 라인으로 가슴을 풍성하게 감싸는 질 샌더의 재킷 라펠(칼라), 꽃잎처럼 비정형적인 곡선을 이루는 루이뷔통의 코트 밑단 등이 대표적인 예. 조언한다면 미니멀리즘이나 기하학적인 실루엣 모두 보디라인의 착시현상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신체적 특징을 잘 감안해 신중하게 선택할 것.

6 자연스러운 소재감
올해는 메탈릭한 분위기의 패브릭은 그리 주요한 요소가 아니다. 가을·겨울에 가장 사랑받는 소재는 벨벳·스웨이드·퍼·가죽, 그리고 샤넬이 사랑하는 트위드 등이다. 이들의 공통점이라면 보디라인을 과장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몸에 밀착된다는 것. 데님과 코듀로이 팬츠 역시 이번 시즌에 많이 등장할 스타일리시 아이템이다. 물론 실용성이 기본이다. 특히 퍼의 경우는 다른 소재와 함께 쓰여 일부에만 활용된 것이 특징이다. 지구온난화의 영향도 있겠지만, 너무 무거워 보이는 퍼 코트를 살 필요는 없다. 가죽 역시 광택이 강한 것보다는 낡은 빈티지 느낌의 것이 멋있어 보인다.

7 페이턴트 하이힐과 부츠
봄여름부터 구두와 가방에 즐겨 사용돼 왔던 페이턴트(에나멜 가공을 한 반짝이는 가죽) 소재가 가을·겨울에도 여전히 빛을 발할 것 같다. 피부처럼 부드러운 가죽이 훨씬 고급스러워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눈길을 걸어야 하는 겨울에는 얼룩지기가 쉬운 탓에 관리가 까다로운 것도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마른 헝겊으로 한번 쓱 닦아 주기만 하면 새것 같이 보이는 페이턴트는 가을·겨울 액세서리 소재로 인기가 높다. 구두는 앵클부츠가 단연 최고의 인기 아이템. 투박한 버클과 지퍼, 여성스러운 레이스 장식의 하이힐 역시 유행할 전망이다. 가방의 크기를 고민할 필요는 없겠다. 그래도 망설여진다면 크기와는 상관없이 손잡이가 있는 토트백을 선택하는 게 좋다.

8 부피감으로 개성 살린 액세서리
스타일에서 액세서리의 역할이 ‘화룡점정’인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번 시즌에는 좀 더 개성 있는 디자인에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지방시 쇼에서 선보였던 여러 겹의 체인 목걸이까지는 아니더라도 골드 소재의 부피감 있는 목걸이·팔찌·브로치 등으로 블랙 수트에 포인트를 주는 센스가 요구된다.

9 따뜻하고 소박한 분위기의 비니
스타일리시한 패션이라는 게 꼭 고급스럽고 비싼 수트나 코트만으로 표현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흔히 최고의 멋쟁이라고 알고 있는 뉴욕·파리의 워킹 우먼도 블랙 코트 차림에 털실로 짠 비니를 푹 눌러 쓰고 다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올해는 특히 화려한 깃털 등으로 장식된 페도라나 퍼 모자보다 소박한 느낌의 비니가 유행할 전망이다. 물론 그 디테일이 관건인데, 짜임이 투박하게 드러나는 굵은 털실 비니라면 문제없다.

서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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