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없어 구조 지연-철원 군부대 산사태 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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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숨진 병사들은 대부분 군생활 1년안팎의 일병인 대대본부소속행정.통신.의무병들로 본부중대 막사와 통신중대 막사에서 잠자다참변을 당했다.
산바로 아래 위치한 본부중대 내무반에는 대대본부 행정병들이 잠자다 피해가 컸는데 병사들중 일부는 찌그러진 철제공간 사이에끼여 참사를 면했으며 백순봉일병은 매몰 6시간만에 극적으로 구조됐다. …산사태로 숨진 군인 20명의 시신이 분산안치된 철원군 일동.덕정.창동.벽제.청평병원등 철원읍 부근 5개 군부대 영안실은 소식을 듣고 달려온 가족들로 온통 울음바다.
영안실에 모인 유가족들은 『이번 사고는 전적으로 군부대 잘못으로 발생한 사고』라며 지휘자를 엄중문책해야 한다고 흥분.
일동병원에 숨진 아들이 안치됐다는 소식을 듣고 이날 오후2시쯤 전북완주에서 올라온 오왈선(21)일병의 어머니 최영순(58)씨는 『우리 아들이 정말 죽었느냐』며 통곡하다 끝내 실신.
역시 이곳 병원에 시신이 안치된 엄상용(22)일병의 아버지 엄순상(54.공무원.전주시완산구중노송동)씨는 『오늘이 마침 돌아가신 상용이 할머니 기일』이라며 『이런 날벼락이 있을 수 있느냐』고 땅바닥을 치며 통곡.
각 병원에 모인 유가족들은 군부대측과 장례절차 등을 협의하고있으나 『이같은 사고가 누구 잘못에 의해 발생했는지 분명히 짚고넘어가야 한다』며 책임자 처벌을 주장하고 있어 사고수습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을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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