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새축구’ 유연하고 빨라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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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초보 사령탑으로 호된 신고식을 치른 황선홍(40·부산 아이파크) 감독이 자신의 축구 색깔을 찾아가고 있다. 물 흐르듯 공·수가 빠르고 유연하게 연결되는 ‘황새 축구’다.

지난해 말 부산 사령탑에 오른 황 감독은 올해 K-리그 개막전 승리(전북에 2-1) 이후 5개월간 14경기 무승(4무10패)이라는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그러던 부산이 베이징 올림픽 휴식기가 지난 뒤 확연히 달라졌다. 최근 6경기에서 3승2무1패를 기록 중이다. 한 번 진 것도 FC 서울에 2-0으로 앞서다 2-3으로 뒤집어진 것이다. 17일 컵대회 수원 삼성전도 0-0으로 비겼지만 부산이 일방적으로 몰아붙인 경기였다.

부산-수원전을 본 국가대표팀 정해성 코치는 “부산이 정말 좋아졌다. 선수들이 공을 잡으면 자신감을 갖는다”고 평했다. 정 코치의 말대로 부산 선수들은 공을 잡으면 서두르거나 당황하지 않는다. 수비에서 미드필드를 거쳐 공격으로 진행되는 과정이 매끄럽고 빠르다. 공격 루트도 다양해졌다. 황 감독이 공을 들여 키우는 스트라이커 정성훈은 4경기 연속 골(5골)을 기록하기도 했다.

부산의 변신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황 감독이 초보티를 벗고 선수 기용과 작전에서 여유를 찾기 시작했다. 브라질 출신 수비수 파비오와 공격수 구아라가 가세하면서 공·수에 균형이 잡혔다. 7개 구단을 전전한 베테랑 미드필더 서동원과 대전에서 영입한 수비수 주승진도 팀을 단단하게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황 감독과 갈등을 빚었던 김판곤 수석코치를 내보내고 강철 코치를 데려오면서 코칭스태프도 안정을 찾았다. 황 감독-강철 코치-윤희준 코치는 전남 드래곤즈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사이다. 황 감독은 “이제 터널을 벗어난 기분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다만 선수들이 자신감을 찾았다는 게 다행”이라고 말했다. 부산은 24일 수원이 경남에 이기거나 비기면 컵대회 플레이오프에 오른다.

부산=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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