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원자력 사업체제는 개혁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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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우리의 원자력사업체제는 반드시 개혁돼야 한다.말하자면 「규제」(과기처)와 「사업」(통산부.한전)은 서로 독립돼야 하고,법은 업격히 이것을 뒷받침해야 한다.이렇게 하는 것이 원자력법의기본정신이요,근본논리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최초의 원칙은 군사정권이 들어서면서 허물어지기시작했다.점차 규제위에 사업이 군림했고,심지어 사업자의 편의에따라 원자력법은 자주 고쳐졌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여러 형태의 원전지역분쟁을 위시해 원자력연구소(원연)와 한전간의 끊임없는 알력,굴업도 폐기물처분사업 실패,그리고 원연이 대북(對北)경수로 건설사업의 주체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따위들….이런 문제들의 근원을 따지 고 보면 결국 그동안 법의 원칙이 망가지고 규제와 사업의 역할이 불분명한데서 온 당연한 귀결이라 하겠다.
지난달 발표된 과기처의 「원자력사업 추진체제의 조정방안」은 바로 이러한 규제와 사업의 이원화 원칙을 바로 잡으려는 작업의일환으로 이해돼 공감하는바 크다.
그 내용을 보면 첫째 지금까지 원연에서 수행해온 방사성 폐기물사업은 한전에 이관하고,둘째 원자로 계통설계사업과 핵연료사업은 한전 산하업체에 이관하며,셋째 한전은 원연의 연구개발을 위해 매년 전년도 원자력발전 당 1.2원을 기금으로 조성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원연이 반발한 것은 핵연료및 방사성 폐기물사업의 이관은 양해하지만,원자로 계통설계사업은 원연의 연구능력을 기초로 하여 이제 한국표준형 원자로 개발에까지 이른만큼 현체제의 변경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한다.또 현재의 처우수준 및 정년등에 불이익이 없도록 하겠다고 하지만 신뢰할 수 없고,사업체에서 보다 연구기관에서 연구원의 긍지를 지키고 싶다는 것이다.
세 기관의 입장에는 모두 긍정할만한 이유를 가지고 있다.필자가 우선 원연에 바라고 싶은 것은 우리의 원자력 사업체를 하루빨리 규제와 사업을 확실히 구분하는 행정조치에 동의하고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다.이것을 계속 혼돈상태에 두면 규 제와 사업간에 알력과 혼선이 계속될뿐이며,연구와 사업의 전체발전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과기처는 이번 조치를 계기로 규제와 사업의 이원화원칙에서 마땅히 현행 원자력법도 개정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그것은 영광 3,4호기 도입을 계기로 86년도에 원자력법이 「개악」되면서 규제받아야 할 사업기관이 규제에 관여하는 조항들이 아직 상존하고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정책과 규제의 심의의결기관인 원자력위원회를 과기처에서 국무총리 직속으로 이관하면서 사업자인 한전사장과 그 주무기관인 통상산업부장관을 위원회의 「당연직 위원」으로 규정했는데,이것은 결국 사업자가 자신이 신청한 안건을 심의 의결하는 우스운 꼴이 되는 것이다.
원래 원자력위원회의 기능은 정부에 대한 제3자의 기관으로 운영해야 한다.따라서 사업자인 한전은 물론,통산부를 당연히 배제해야 하는 것이 법의 논리다.
또 노형(爐型)선정은 하나의 정책과제며,이것은 원자력위원회의심의의결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사업자의 고유권한으로 관례화돼 있는데도 이것을 시정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이번 조정방안을 계기로 체제는 물론,법에 대한 근본적이 고도 전면적인개선및 개혁작업을 계속해야 한다.
그리고 한전은 원연 연구자들을 영입함에 있어 원자로계통설계작업의 성격상 기기를 제작하는 한국중공업산하에 수용하는 것이 옳은 일이라 생각한다.이것이 연구자 자신이 합리화할 수 있고 양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일 것이다.
註:이 난의 내용은 본지의 견해와 다를 수도 있습니다.
박익수 前원자력委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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