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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혼 심고 신문화운동 이끈 산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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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대구시 남성로 옛 제일교회 맞은편에 있었던 창립 당시 회관 모습.

지역 최초의 ‘시민운동’ 단체인 대구YMCA(기독교청년회)가 창립 90주년을 맞았다.

대구YMCA는 20일 대구노보텔에서 기념식을 연다. 행사에는 양희창 대구YMCA 이사장과 김범일 대구시장 등 150여 명이 참석한다. 일본 구마모토와 히로시마 등 해외 자매결연 YMCA도 자리를 함께할 예정이다.

대구YMCA는 1918년 9월 15일 설립됐다. 미국 북장로교 대구선교부에 의해 ‘교남기독교청년회’라는 이름으로 출범했다. 초대 회장은 이만집, 총무는 김태련이었다.

대구시 덕산동에 위치한 대구YMCA 회관. [대구YMCA 제공]

1903년 창립된 서울YMCA에 이어 두 번째다. 대구YMCA는 일제 강점기 아래에서도 각종 강연과 법률 강습, 여성교육을 통해 민족의식을 심어 나갔다. 1950년대 이전에는 주로 민족계몽운동, 직업교육, 농촌활동을 통해 지역 주민의 의식을 일깨우는 일에 주력했다.

60년대 들어 중구 덕산동 중앙치안센터(옛 중앙파출소) 맞은편에 4층짜리 회관을 신축하면서 도약기를 맞았다. 대학YMCA 전국대회가 열리는 등 전국 규모의 각종 행사가 열렸다. 중앙로에서 가장 큰 건물이어서 구경꾼들이 줄을 이었다고 한다. 이후 포크댄스 강습회 등 취미클럽을 열어 신문화운동을 주도했다.

대구YMCA는 시민운동 지도자를 양성하는 산실 역할을 해왔다.

대구 출신 전국 YMCA의 이사장과 사무총장이 10여 명에 이른다. 노동일 경북대 총장, 김범일 대구시장, 우동기 영남대 총장, 서중현 서구청장은 고교와 대학 때 YMCA 회원으로 활동했다. 현재 회원은 4600여 명이다.

지역의 현안 해결에도 앞장섰다.

1991년 대구 수돗물 페놀오염 사태, 95년 상인동 지하철 가스폭발 사고, 98년 버스요금 인하운동, 2003년 대구지하철화재 참사 등이 예다. 대구YMCA는 이 때마다 다른 시민단체와 연대해 사건의 원인을 찾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안을 제시했다. 대구 시내버스 요금 인하는 전국 첫 사례로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기도 했다. 당시 기름값이 떨어지자 대구YMCA 등 지역 시민단체가 인하 운동을 벌여 ‘내리는 법이 없다’는 시내버스 요금을 깎는 데 성공했다.

어려운 시절도 있었다.

창립 6개월 만에 대구YMCA 지도부가 3.1 만세운동을 주도한 혐의로 투옥되면서 2년간 문을 닫다시피 했다. 6·25 때는 회관이 피란민 수용시설로 사용됐다. 60년 7월에는 회관에 불이 나 이전까지의 이사회의록·총회록·사업보고서 등 귀중한 자료들이 소실되기도 했다.

◆창립 90주년 기념사업=19∼22일 대구 북구 무태교 둔치에서 ‘수생습지식물전시회’를 연다. 대구YMCA가 실직자를 투입해 생태환경을 복원하는 사회적 일자리 만들기 사업의 하나다. 가출 청소년의 인권·복지·취업을 위한 ‘청소년평화나눔센터’도 설립한다. 이 기구는 가출 청소년의 보호를 넘어 쪽방·여관·찜질방 등을 전전하는 청소년을 찾아다니며 돌보는 사업이다. 이를 위해 20일 오후 7시30분 센터 기금마련 콘서트를 대구학생문화센터에서 열 예정이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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