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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생각합니다>성폭력親告조항 없애 다른 피해 미리막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성폭력 친고죄 폐지 찬반논란을 보니 몇해전 고향에서 벌어진 일이 생각난다.내가 살던 마을은 시내버스에서 내려 둑길 약2㎞를 걸어야 한다.어느날 한 여고생이 늦게 돌아오는 길에 괴한에게 납치돼 성폭행당했다.
학부모와 당사자는 비밀로 하고 싶어했지만 담임선생님과 상의한끝에 경찰에 신고하게 됐다.불과 며칠후 범인이 잡혔는데 범인은10대 부랑자로 둑옆 채소 비닐하우스에서 2개여월동안 숨어지내면서 둑길을 지나는 수명의 부녀자를 흉기로 위 협,납치해 성폭행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마을은 발칵 뒤집혔다.이사를 가야겠다느니,우리집 아이는 당하지 않았다느니 온통 난리가 났다.그리고 처음 모씨집이 당했다고이야기를 들었을 때 진작 신고하도록 했다면 이렇게 일이 번지지는 않았을텐데 하고 입을 모았다.
폐지를 반대하는 측은 개인의 명예보호를 가장 큰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그러나 성폭력은 개인의 인격을 침해하는 범죄에 그치지 않고 결국 다수 여성에게 확대된다는 점을 중시해야 한다.
제3자가 신고함으로써 개인의 명예에 타격을 줄 수 있지만 제2,제3의 피해자를 막을 수 있다.아울러 경찰수사부터 재판에 이르기까지 철저히 비밀이 보장되는 장치가 마련돼 피해자들에게 주는 충격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리라 본다.
김상순〈서울강남구삼성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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