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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MovieTV] 열네살 그 소녀, 어느날 갑자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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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면

처음부터 연기자가 될 생각은 아니었다. 친구따라 강남간다는 말처럼 친구의 손에 이끌려 오디션에 나갔다. 그리고 8000대 1의 경쟁을 뚫고 대상을 차지했다. 이어 데뷔 첫 드라마에서 당당히 주연을 거머쥐었다.

중학생 탤런트 고아라(14). KBS-2TV의 청소년 드라마 '반올림#'(토요일 오후 5시50분)에서 주인공 옥림을 연기하고 있다. 연기자 생활은 이제 겨우 시작이지만 꿈은 원대하다.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인정받는 만능 엔터테이너가 되겠다"는 것이다.

고아라의 데뷔 과정은 남달랐다. 2002년 말까지만 해도 그녀는 평범한 중학교 1학년생이었다. 공군인 아버지를 따라 경남 사천에서 광주로 전학했다. 공부를 아주 잘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못하지도 않았다. 장래 희망은 아나운서였다.

어느 날 친구의 말 한마디가 그녀의 삶을 바꿔놨다. "가수 오디션을 본다는 데 같이 가자." 마침 방학이라 시간도 많았다. 친구 네명과 팀을 이뤄 춤을 추며 노래를 불렀다. 보아.동방신기 등을 키워낸 SM엔터테인먼트가 주최하는 '전국 청소년 베스트 선발대회'였다. 친구들은 예선에서 다 떨어지고 혼자만 본선에 올랐다. 지난해 2월 열린 본선에서 1위를 하고 SM과 10년 장기계약을 했다. 본격적인 스타 만들기 훈련을 받기 위해서다. 이후 집을 떠나 SM 여직원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연기 교육을 받고 있다. 학교도 사무실 근처에 있는 청담중학교로 옮겼다.

"처음에는 오디션이 뭔지도 몰랐어요. 별로 기대하지 않고 재미삼아 나간 대회였는데 대상을 받으니까 갈등을 많이 했어요. 공부도 하고 싶고, 학교도 계속 열심히 다니고 싶었거든요. 어머니와 상의했더니 '이런 기회 흔치 않으니 열심히 해'라고 격려해 주셨어요. 부모님은 지금도 수시로 서울로 올라오셔서 여러가지를 챙겨 주세요."

지난해 9월에는 드라마 '반올림#'의 오디션을 봤다. 그녀와 같은 청소년 연기 지망생들이 수백명이나 몰려들었다. 연기 경력이 전혀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정말 캐스팅될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담당 PD는 그녀를 주인공으로 점찍었다. "꾸밈없는 연기와 철철 넘치는 끼가 참가자들 가운데 단연 돋보였다"(장성환 책임PD)는 말을 들었다.

"최종 오디션까지 가는 데 며칠이 걸렸어요. 점점 많은 사람들이 탈락하고 저하고 몇명만 남게 되니까 '내가 꼭 해야지'라는 욕심이 생겼어요. 말똥말똥 책 읽듯이 대사를 외워 굉장히 어색했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잘 봐주셨어요."

드라마 촬영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우선 잠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1주일에 10시간 밖에 못잔 적도 있었다. 부족한 잠은 촬영 현장에서 틈틈이 눈을 붙이는 것으로 버텨나갔다. 연기도 물론 어려웠다. 대사는 잘 외웠지만 표현은 아무래도 서툴렀다.

"처음 한달은 정말 정신이 없었어요. 아침 일찍부터 밤 늦게까지 촬영하는 강행군이었죠. 카메라 각도를 잘 몰라 NG도 많이 냈어요. 어머니가 보내주신 홍삼을 먹고 힘을 냈어요. 이제는 조금 여유가 생겨 대사 전달보다는 자연스러운 표현 방법을 고민하죠. 이 장면은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게 표현할 수 있을까 하고요. 그래도 연기는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것 같아요."

아쉬운 점이라면 촬영 스케줄에 쫓겨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하는 것이다. 이제 중학교 3학년이지만 일주일에 이틀 밖에 학교를 못간다. 금요일부터 화요일은 '반올림#' 촬영이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도 CF 촬영이나 다른 일정이 생기면 학교를 빠져야 한다. 공부는 틈틈이 친구들에게 노트를 빌려서 한다. 곧 있으면 중간고사이기 때문에 시험공부도 해야 한다.

"학교생활은 재미있어요. 자주 못가는 게 아쉽지만. 질투나 시기하는 친구들은 없고요, 많이 도와줘요. 쉬는 시간에 사인해 달라고 찾아오는 후배들도 많아요. 어머니 말씀이 '연예 활동도 좋지만 공부도 잘해야 된다'고 하셨어요. 내년에는 고등학교에도 가고 싶어요."

바쁘고 힘든 생활이지만 후회는 없다. 스스로 가고 싶었던 길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기회가 있다면 가수 데뷔도 생각하고 있다. 해외 진출을 대비해 틈틈이 일본어와 중국어도 공부하고 있다. 선배 연예인 중에는 보아.전지현.하지원 등을 좋아한다고 했다.

"제 인생은 제가 만들어 가는 것이잖아요. 한번 뿐인 인생을 멋있게 살고 싶어요. 아직 어리니까 여러가지 기회가 있을 것 같아요. 한번 주어진 기회는 놓치지 말고 잡아야죠."

글=주정완 기자<jwjoo@joongang.co.kr>
사진=최승식 기자<choiss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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