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 지붕삼아 거리공연 물결 아비뇽 페스티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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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프랑스 남부에 자리잡은 아담한 고도 아비뇽이 하나의 거대한 무대로 탈바꿈했다.올해로 50주년을 맞은 「아비뇽 페스티벌」로이 도시의 교황청.시청등 모든 건물과 거리는 4백여편이 넘는 연극.무용 공연을 즐기려는 관람객으로 물결치고 있다.
거리는 연극인들의 공연장으로 즉석에서 탈바꿈하는가 하면 세계각지에서 몰려든 연극인들의 홍보무대가 되기도 한다.
영화에서나 나옴직한 탱고를 품격있는 분위기로 선보이는 남녀가열띤 동작을 펼치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비장한 분위기의 음악을 깔고 우주복 차림으로 격에 어울리지 않는 해프닝을 벌이는예술가가 있다.에워싼 관람객은 두쪽 모두에게 연신 박수갈채를 보낸다. 그러나 이들 거리의 공연은 아비뇽 페스티벌을 즐기기 위해 이곳에 찾아든 예술인들의 「애교어린」 몸짓에 불과하다.
이번 연극제 참가작은 공식참가작 43편,자유참가작 4백여편등4백50여편에 달한다.공연장만도 공식참가작용 26곳,자유참가작용 60여곳등 90곳에 이른다.교황청의 가운데 뜰을 비롯해 학교.체육관등 임시극장과 아비뇽 시내,외곽의 크고 작은 무대가 온통 공연장이 되고 있다.
가장 주목을 끄는 작품은 아비뇽 교황청 가운데 뜰에 마련된 야외공연장에서 펼쳐지는 『에드워드 2세』 공연.세계적 무용가 모리스 베자르의 팡파르로 시작된 이 공연은 연일 2천명이 넘는관객이 자리를 메운 가운데 매일 밤10시부터 새 벽1시까지 계속된다. 아비뇽 페스티벌 50주년 기념작으로 마련된 이 공연은프랑스 연출가 알랭 프랑송이 만들어내는 장엄한 장면들이 압권인데다 별들이 총총한 밤하늘을 지붕으로 삼고 임시로 설치된 철골구조의 객석이 만들어내는 야외무대의 독특한 분위기가 관 람객들의 탄성을 자아내고 있다.
이밖에 자크 니세의 『크리스토퍼 당의 비극』이 역시 50주년기념작으로 초청돼 20일부터 교황청 야외무대에서 공연되며 올해사망한 하이네 뮐러의 마지막 연출작 『아르트로 위』(베르톨트 브레히트 작)가 독일극단 베를리너 앙상블에 의 해 15일부터 공연되고 있다.
공연과는 별도로 축제 5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시회가 열리고있고 28일엔 전세계 연극인들이 함께 하는 「배우들의 마당」이깜짝쇼와 함께 펼쳐질 예정이다.지난 9일 개막된 이 연극제는 내달 3일까지 계속된다.
아비뇽=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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