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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횟감 고등어·참치까지 통영 어민들 “이젠 양식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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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경남 통영시 산양읍 풍화리에 있는 경남수산자원연구소에는 요즈음 전국의 양식어민들의 전화·방문으로 북새통이다.

최고급 횟감으로 인기높은 고등어를 대규모로 양식하는데 성공했다는 소식에 분양·양식기술 습득을 요청하는 어민들이 줄을 서고 있기 때문이다.

어류생산동 육상 수조에서는 고등어 치어 5만마리가 자라고 있다. 길이가 10㎝쯤 되는 치어들은 7월3일 어미 고등어 90마리에서 채취한 수정란을 인공부화시킨 것이다.

경남수산자원연구소 박대원 연구사가 알받이용으로 기르고 있는 어미 고등어를 보여주고 있다. 오른쪽은 성공적으로 양식중인 고등어 치어. [송봉근 기자]

지금까지 어민들은 자연상태의 고등어를 잡거나 중간치 크기를 그물로 잡은 뒤 해상가두리양식장에서 몇개월 키워 시장에 내놨을 뿐 알을 부화시켜 양식하기는 이례적이다.

이곳에서 조금 떨어진 욕지도에 있는 인성수산의 직경 20m, 깊이 12m의 원형 가두리양식장에는 참다랑어 11마리가 자라고 있다.

지난해 10월 인성수산의 정치망에 잡힌 것들이다. 당시 5㎏ 정도이던 참다랑어는 겨울을 무사히 넘기고 현재 1m 안팎의 몸길이에 20㎏ 정도로 자랐다.

1999년 욕지도에서 정치망 사업을 시작한 인성수산은 새끼 참다랑어가 몇 마리씩 걸리자 전갱이 오징어 크릴 새우 등을 먹이로 이용해 참다랑어 양식에 도전했다.

경남 통영지역 양식어업계에 ‘양보다 질’을 구호로 내걸고 고등어·참다랑어 등 종래에는 엄두도 못내던 고급 횟감 어종 양식에 도전하는 열기가 뜨겁게 일고 있다.

◆어민들의 도전= 고등어 회는 부드러운데다 졸깃한 맛이 있어 참다랑어 맛과 비슷하다. 이 때문에 고등어 회를 먹어본 사람들은 계속 찾는다고 한다.

하지만 장기간 배를 타고 나가서 잡는 고등어는 금방 죽어버려 냉동보관 상태로 옮긴다. 미식가들이 찾는 횟감으로는 쓰기 어려운 이유다. 활어 상태로 도회지 횟집까지 가자면 양식이 아니고는 극히 어렵다.

그래서 가격도 만만찮다. 냉동 고등어는 400∼600g짜리가 마리당 2000원쯤 하지만 산지 횟감용 활어는 두배이상 비싼 5000∼6000원쯤 거래된다. 횟집 주인들이 구입하는 가격은 웬만하면 한마리에 1만원이상으로 뛴다.

참다랑어는 냉동 횟감이 유통량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활어 회는 웬만하면 맛보기도 어렵다. 자연히 가격도 엄청나다.

1999년 욕지도에서 정치망 사업을 시작한 인성수산이 지난해 10월 뜻밖에 새끼 참다랑어가 그물에 걸리자 불과 11마리로 애지중지 양식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어획 당시 당시 5㎏ 정도이던 참다랑어는 겨울을 무사히 넘기고 현재 1m 안팎의 몸길이에 20㎏ 정도로 자랐다. 내년 가을 무렵 35~40㎏ 정도로 자랄 것으로 보인다.

인성수산은 60㎏쯤 자라는 2010년 가을 출하한다는 계획이다. 참다랑어 가격을 ㎏당 5만원으로 잡으면 60㎏ 한 마리에 300만원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양보다 질=통영지역의 양식업은 80년대 말에 넙치·우럭부터 시작됐다. 병에 강하고 잘자라는 어종이었다. 넙치는 회로 만들때 살코기가 많이 나와 횟집주인들이 좋아하는 어종이었다.

하지만 90년대 들어 광어·농어·돔을 많이 기르면서 과잉생산이 문제가 됐다.

2000년대 들어 말쥐치·볼락,민어까지 다양화됐다가 최근 다시 참다랑어와 고등어 등 고난도 양식이 시도되고 있다.

경남수산자원연구소 정종근 소장은 “양식 초기에는 생산성이 높은 어종에 관심을 가졌으나 지금은 미식가들의 입맛을 잡기 위해 다품종 소량생산 형태로 바뀌었다”며 “어려움을 겪는 양식업계를 살리고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새로운 양식 어종을 꾸준히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김상진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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