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화제>미국서 '마카아벨리 지혜' 배우기 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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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도 좋다는 비도덕적정치관을 펼친 이탈리아의 정치사상가 니콜로 마키아벨리(1469~1527).그의 이름에서 비롯된 마키아벨리즘은 지금도 교활하고 비열한 의미로 남아 있다.그런 인물을 일본 여류저술가 시오노 나나미가 올해 초 느닷없이 친구라고 부르면서 재평가했을 때많은 독자들은 어리둥절해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선입견을 버리고 시오노의 『나의 친구 마키아벨리』나 『마키아벨리 어록』을 읽어 보면 마키아벨리의 새로운 면모가 드러난다.시대상황을 정확하게 꿰뚫는 통찰력이 바로 그것이다.무한경쟁 시대.불확실성 시대를 사는 현대인에게는 바로 이런 지혜가필요한 것인가.최근 미국에서도 마키아벨리에 대한 재평가작업이 활발하게 전개돼 관심을 끈다.시오노의 평가와 맥이 통해 더욱 흥미롭다.
최근 미국에서 출판된 마키아벨리 연구서로는 하비 맨스필드 하버드대 교수의 『마키아벨리의 미덕』(시카고대 출판부)과 로저 매스터스의 『마키아벨리,레오나르도,그리고 권력학』이 꼽힌다.또『군주론』과 함께 마키아벨리의 대표작으로 손꼽히 는 『티투스 리비우스에 관한 논문』도 맨스필드의 쉬운 번역으로 영어권 독자들에게 처음으로 선보였다.
제목에까지 과감하게 「미덕」이란 단어를 붙인 맨스필드는 『군주론』이야말로 활용하기에 따라 인류역사상 가장 유용한 정치학서라고 주장한다.
『마키아벨리의 저작을 읽으면 내용이 아주 솔직하고 현실적임을알 수 있다.다만 결론이 지나치게 과격한 것이 흠이다.현대인들은 마키아벨리의 결론에 지나치게 집착하다보니 알맹이를 놓치고 있다.마키아벨리로부터 극단주의는 버리고 그 통찰 력만 받아들이면 된다.』 17세기 영국의 철학자 토머스 홉스가 근대국가의 모델을 제시하는데 초석을 놓았던 인물이 바로 마키아벨리였다는 것이 맨스필드의 결론이다.맨스필드는 또 마키아벨리의 산문적 능력도 높이 평가한다.그는 마키아벨리의 글을 읽으면서 끊임없이 희열을 느끼지 못하면 그 독자는 아직도 선입견의 잔재를 털어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단언한다.매스터스의 『마키아벨리…』도 맨스필드와 마찬가지로 마키아벨리를 인류역사상 주요 철학자의 한사람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마키아벨리가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공동으로 인간본성을 연구했던 활동에 초점을 맞춰 마키아벨리의 부정적 이미지를 벗겨내고 있다.마키아벨리의 저작에 반종교적인 냄새가 강함에도 불구하고 마키아벨리의 실제생활은 신앙심이 아주 깊었고 관대한 인품의 소유자로 묘사된다.
이번에 처음으로 영어로 소개된 『티투스 리비우스…』은 당시 군소국가로 분열된 이탈리아를 구원하기 위해 집필된 책으로 역시강력한 군주제도를 옹호한 책이다.후대의 평가와 달리 르네상스시대 당시 마키아벨리에 대한 평가는 그렇게 부정적 이지 않았다.
장 자크 루소는 『사회계약론』에서 『군주론』을 공화주의의 진정한 의미를 담은 저작이라고 평가했을뿐 아니라 마키아벨리의 인물 됨됨이에 대해서도 아주 건전했던 시민이라고 적고 있다.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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