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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21세기 지구온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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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핵(核)겨울」현상은 핵전쟁이 일어날 경우의 무시무시한 현상을 미리 예측한 것이다.미국의 천문학자 칼 세이건박사팀이 83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미.소(美.蘇)양국이 보유한 1만 메가의 핵무기를 모두 발사하는 경우 60일후 에는 영하 45도의 추위가 몰아닥쳐 인류는 전멸할 위기에 처하며,이같은 현상은 1년간 계속되리라는 것이다.
끔찍한 얘기지만 80년대 이후 「지구의 온난화」가 걱정거리로등장하면서 몇몇 과학자들은 핵겨울현상이 지구가 뜨거워지는 것을막아주는 유력한 방법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해 관심을 끌었다.핵전쟁으로 대기상에 올라간 먼지 들이 열을 차단한다는 논리다.황당한 얘기지만 그만큼 「지구의 온난화」는 핵겨울현상 못지 않게 심각하다는 것이다.
학자들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지구 온도가 계속 상승해가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80년대의 평균기온은 사상 최대로 높았으며,지난 1백년간 기온이 가장 높았던 해로 기록된 5년이 모두 80년대였다.과거 2만년동안 지구 기온은 겨우 섭 씨 5도 오르는데 그쳤지만 앞으로 1백년 후에는 2만년과 같은 정도로 상승하리라는 보고서도 나왔다.
지구의 온도상승을 방치하는 경우 폐해는 간단치 않다.전세계에가뭄과 홍수가 끝없이 되풀이될 것이고,열대성 태풍의 빈도는 크게 높아질 것이며,생태계는 완전 파괴될 것이 분명하다.하지만 무엇보다 극적인 결과는 극지(極地)를 덮은 빙산 (氷山)이 녹아 흘러내림으로써 해면이 높아져 지구의 지도가 달라지리라는 것이다. 온도상승 정도에 따라 해면이 최소 10㎝에서 최고 2까지 높아지면 낮은 곳에 있던 땅은 바닷속으로 자취를 감추게 된다.가령 해면이 1 높아지면 방글라데시의 2천평방㎞가,2 높아지면 몰디브 제도(諸島)가 지도상에서 없어진다.
몇년전 「기후변동에 관한 정부간 협의회」는 2030년까지 지구의 기온이 섭씨 1도 상승하리라는 예측을 내놓았지만 엊그제 국제기후변화위원회는 21세기중 2도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문제는 이산화탄소의 배출이다.그 대부분의 책임이 풍요한 나라에 있다고 한다.하지만 책임을 통감하는 나라는 없는 듯싶다.문득 「노아의 방주(方舟)」가 머릿속에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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