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값을 다시 내린 건 소비자 이탈을 견디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흰우유 값을 17% 올린 뒤 매출이 10%쯤 줄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는 매출 감소폭이 20%는 족히 될 것으로 추정했다. 이마트 유제품 담당 문병문 바이어는 “15~20%씩 매출이 떨어진 점포가 많았다”고 전했다.
올 들어 라면·스낵·아이스크림 등 가공식품 값이 줄줄이 올랐는데 유독 흰우유 값 인상에 소비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한 까닭은 뭘까. 우선 제품 특성 차이를 들 수 있다. 라면·스낵은 소비자 취향이 뚜렷해 값이 조금 오른다고 금세 다른 제품으로 갈아타지 않지만, 흰우유는 제품별로 맛과 성분의 차이가 거의 없다고 간주한다는 것. 또 유업계는 1위 서울우유 외에도 남양·매일유업이 경쟁하는 3강 체제여서 소비자들이 쉽사리 다른 제품으로 옮겨갈 수 있다. 롯데마트의 유준선 유제품 바이어는 “장바구니 물가가 치솟자 주부들이 100원·200원에도 민감해졌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유통업체 PB(자체 브랜드) 흰우유 판매량도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동네 수퍼마켓에선 비싼 서울우유의 반사이익을 매일·남양유업이 톡톡히 봤다. 잘 팔려 품귀 현상마저 보였다. 매일유업 대전지점은 11일 광주공장에 2.3L 흰우유를 1400여 통 주문했지만 물건이 없어 790개만 보내겠다는 회신을 받았다. 이상훈 영업1팀장은 “평소 하루 700여 통이면 대전 지역 수요를 대충 충당했는데, 수퍼마켓마다 물건을 더 달라고 해 애먹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고 매일·남양이 웃을 상황만은 아니다. 지난달 중순 원유 가격이 20% 올라 흰우유는 팔아도 이익이 남지 않는다는 것이다. 두 업체는 서울우유 인상 이후 값을 올릴 타이밍을 저울질해 왔는데 이제 소비자 반응을 더 신경쓰게 됐다. 남양유업의 최재호 홍보과장은 “섣불리 값을 올렸다가 서울우유처럼 역풍을 맞을까봐 주저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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