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물고기가 왜 떼죽음했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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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9시 뉴스를 보던 유치원 다니는 둘째놈이 눈맞춤을 하며 묻는다.『왜 고기들이 다 죽었어요?』비오는 틈을 타 몰래 버린 공장폐수로 인해 한탄강.낙동강 물고기 떼죽음을 보고 이해할 수 없다는듯 「왜」라는 의문사를 써가며 초롱한 눈망울 을 연신 깜박인다.물고기 떼죽음을 연례행사처럼 봐온터라 그리 놀랄 것도,새삼스러울 것도 없는데 둘째놈이 물으니 난감했다.
지난해 여름 휴가가 퍼뜩 떠 올랐고 마음이 그만큼 무겁게 가라앉았다.유난히도 덥고 길었던 지난해 여름 「공통분모를 찾아 떠나는 극기 여행」이란 거창한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한없이 위쪽으로 달렸다.강원도 태백시에 있는 황지 연못이 첫번째 목적지였다.낙동강 발원지인 황지연못,굽이굽이 천삼백리 여정을 돌아 낙동강에 닿는다는 그곳을 보았다.
지도 한장 달랑들고 두번째 여행지를 찾아 떠났다.가도가도 끝이 없는 첩첩산중.집사람과 아이들은 무섭다며 되돌아갈 것을 강력하게 요구했고,조금만 가면 된다고 어르고 달래며 힘겹게 숲속을 헤쳐 달렸다.두번째 목적지인 검룡소에 도착했을 때 가족들은합창이라도 약속한듯 『와아』탄성을 쏟았다.
한강 발원지인 검룡소.하루 2천의 물이 샘솟고 연중 수온 섭씨 9도를 유지한다는 검룡소는 신이 만든 자연의 아름다운 경관중에 으뜸이었다.과자 부스러기 하나라도 흘리면 하늘이 노할까 두려운 맘으로 한모금의 물에 갈증만 달래고 흔적없 이 왔던 길을 되밟았다.
쭉 내려오면서 전북 마이산에 멈췄다.세번째 목적지였던 것이다.금강 발원지인 마이산 계곡을 돌며 3박4일의 여름휴가를 그렇게 끝맺음했다.
한강.낙동강.금강 발원지를 돌며 느꼈던 깨끗함.신비함.경건함의 감동이 지금도 여운으로 남아 있는데 연일 터져나오는 수질오염.환경문제가 가슴이 터질듯 안타깝다.
유리알처럼 영롱한 눈을 반짝이며 물어온 둘째놈의 질문에 무엇이라 답해야 할까.
이하연 전남여천시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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