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페스타1비엔날레>下.카페.거리.벽 市 전체가 전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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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로테르담에 도착한 시간은 이미 오후5시가 넘어 마니페스타1 사무실은 물론 비엔날레가 열린다는 뮤지움파크의 12개 미술관은이미 문을 닫은 때였다.<본지 6월23일자 14면 (上)참조>예약한 호텔을 찾기 어려워 헤매다 결국 마니페 스타 사무실 맞은편 경찰서에 들어가 길을 물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곳에서도 마니페스타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미술평론가,미술관 직원등 여러 미술관계자들과의 인터뷰를 『리드 마이 립스,올 길티(Read My Lips,all guilty)』라는 비디오로 만들어 상영하는 것이었다.이처럼 마니페스타의 특징중 하나는 미술관이나 화랑등 특정한 전시 공간이 아니라 로테르담이라는 도시 곳곳에 작품이 널려있다는 것이다.힘들여미술관을 찾지 않아도 매일 지나다니는 거리의 한쪽 벽에,또는 건물 지붕에 걸린 간판에서도 작품을 발견할 수 있다.
더글러스 고든과 러크리트 티라바니야는 뮤지움파크에 있는 한 바에 작품을 설치해놓았다.외벽에는 마치 뉴욕 지하철의 낙서처럼그림과 글자를 그려놓고 안에는 그냥 바처럼 냉장고와 커피메이커를 놓은 것이 전부다.
또 올레그 쿨릭은 온 로테르담 시내를 개목걸이만 맨채 나체로기어다니며 하아먹거나 한발을 들고 오줌을 누는등 완전히 개를 흉내낸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개의 모습을 한채 인간과 자연의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특히 보이만미술관 같은데서 만난다.미술관 안내지도를 들고 한참동안 작품을 찾아도 막상 그 자리에 가면 아무것도 없어 당황하게 된다.카페테리아에 있는 한국작가 김수자씨의 작품도 아무런 설명이 없어 테이블보가 바로 작품이라는 사전정보가 없다면 「작품을 치웠나」하고 그냥 지나치기 쉽다.
1층 두곳의 화장실 벽면에 글씨를 그려놓은 키예프의 아르센 사바도프와 게오르기 센첸코의 작품도 마찬가지다.화장실에 들어가눈을 크게 뜨고 찾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한마디로 이곳에서는일반적으로 기대하는 전시공간과 작품은 하나도 없다.
비엔날레가 열린다는 표시로 미술관 건물 앞에 주황색의 마니페스타 깃발이 나부끼고 있어도 막상 들어가보면 단 하나의 작품만기다리고 있는 곳도 있다.
이번 비엔날레를 다 훑어보고난 뒤 「과연 미술이 무엇인가」라는 원초적 질문과 만나게 됐다.지난해 열렸던 광주비엔날레에서도설치미술이 압도적으로 많아 화제를 모았지만 이번 마니페스타는 이보다 훨씬 정도가 심하다.회화작품은 거의 찾기 힘들었고 설치미술 아니면 개념미술 일색이었다.
로테르담(네덜란드)=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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