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운동권 학생 강제징집, 청와대 등 5인委서 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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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1980년대 운동권 학생들의 강제 징집을 위해 청와대.문교부 .안기부 등이 대학들과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韓相範)는 28일 당시 관련자들의 증언 및 22개 대학.경찰 등을 통해 입수한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의문사위에 따르면 당시 청와대는 계엄사 연구위원회와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등을 통해 운동권 학생들에 대한 구속 및 입영 조치 등을 지시했다.

의문사위는 "강제 징집을 주도한 비공식 최고 기구로 문교부 장관.청와대 교육문화 수석비서관.안기부 1차장.치안본부장.보안사 2처장 등이 참석하는 이른바 '5인 위원회'가 존재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문교부는 전국 대학 총학장회의와 교무.학생처 과장 회의 등을 잇따라 열어 대학으로부터 운동권 학생들에 대한 징계를 지시하고 처리 결과(제적.구속.군입대.구류) 등을 보고받았다.

특히 문교부는 80년대 후반에는 전국적으로 2300명의 핵심 운동권을 따로 분류해 이 명단을 대학에 통보해 징계토록 조치했다.

또 각 대학은 문교부의 지시와 통제에 따라 단과대.학과.지도교수들이 역할을 분담해 운동권 학생을 등급별로 관리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운동권 학생들을 지도한 교수들의 실적은 인사고과에 반영된 것으로 조사됐다. 일례로 서울대는 시위 주동자나 운동권 학생을 '문제 학생'이나 '영향력 학생'으로 부르고 지도교수를 정해 면담 결과를 문교부에 보고했다.

대학들은 매 학기 학생지도대책을 마련했으며, 학내에 파견된 정보요원에게 운동권 학생들의 숫자를 줄여 보고하도록 식사나 편의를 제공한 사례도 있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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