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집안 단속’ 집중 … 대화 중단 길어질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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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노농적위대 열병식 모습. 이날 열병식에는 정규군 대신 노농적위대, 붉은 청년근위대 등 민간 조직이 참가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뇌수술이 향후 남북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남북 관계가 당분간 교착국면이 계속되거나 상황이 더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대체적이다.

일단 정부는 대북 식량 지원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등 대화 재개를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하중 통일부 장관은 10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북한에 대해 식량 지원을 틀림없이 할 것”이라며 “그럴 준비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단 “시기와 규모에 대해서는 조금 더 생각해 보고 있다”고 전제했다. 최근 대규모 방북을 준비 중인 민간단체들에 대해서도 김 장관은 “경협 등의 목적으로 가는 분들은 허용하려고 생각한다”고 말해 부분적으론 방북 허가를 내줄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북한이 이 같은 정부의 태도에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최고 권력자의 건강 이상 상태를 맞고 있는 북한이 남측과 대화를 재개할 가능성은 더 작아졌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남측을 상대로 일을 벌이기보다 내부 단속과 체제 유지에 주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은 “인물 중심으로 운영되는 북한의 시스템상 국방위원회가 김 위원장 역할을 대신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북한 지도부는 오히려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않고 현상 유지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남북 관계는 현재의 냉각 상태가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의 상처를 메울 해법이 남북 간에 마련되지 않은 데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6·15 선언, 10·4 선언 등 지난 정부의 합의 이행 여부를 놓고 벌어진 경색 국면을 벗어날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면 북한은 대남 관계에 있어 소극적이거나 폐쇄적인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며 “가뜩이나 꼬여 있는 남북 관계가 더욱 얼어붙을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최고지도자의 건강 이상 기간 중에 강성 군부의 입김이 세질 경우 남북 관계는 더욱 꼬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북한학과)는 “북한은 대외 관계를 추후 문제로 돌리면서 내부 결속부터 다질 것”이라며 “북한이 핵 문제나 남북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은 당분간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히 “강성 군부가 전면에 등장할 경우 바깥의 적을 부각시켜 내부 결집을 유도하는 식으로 강경 대남 전략을 더 밀어붙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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