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애국단원에게 보낸 김구의 '위장 편지' 나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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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 1932년 상하이에서 김구(앞줄)와 최흥식(뒷줄 왼쪽),유상근(뒷줄 가운데)이 함께 찍은 사진.

"상해는 일대 수라장이 되어 상업(암살활동)이 부진하네…투기 영업(윤봉길 의거)이 대성공한 지금 자네들이 더욱 큰 규모의 사업을 개시한다면 마음 먹은 대로 일이 될 것이네."

1932년 4월 29일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윤봉길 의사의 의거가 있은 직후 김구가 다롄(大連)에 파견된 한인애국단원 최흥식(崔興植)에게 보낸 편지다.

이 편지는 일본 요인 암살 임무를 '상업''영업'으로 표현하는 등 장사치들 간의 편지인 것처럼 위장했다. 실제로는 상하이 의거로 자신감을 얻은 김구가 다롄의 요원들에게 관동군사령관.만철(滿鐵)총재 암살 계획을 반드시 성공시키라고 당부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봉창.윤봉길에 이은 '제3의 거사'는 주역들이 사전에 검거돼 미수에 그쳤고, 편지도 일본 경찰 손에 넘어갔다.

당시 일본 경찰이 '다롄사건'의 주역들을 취조한 문서를 윤봉길 의사 관련 다큐멘터리를 제작 중인 SI미디어(대표 정종인)와 더 채널(대표 김광만)측이 발굴, 28일 공개했다.

일본 방위청 도서관에서 찾아낸 문서의 표제는 '김구 일파의 동정과 체포계획에 대한 공신(公信)'으로 그간 전모가 드러나지 않았던 다롄사건의 상세한 정황을 기록하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애국단원 최흥식.유상근(柳相根) 등은 1932년 2월 김구와 함께 '일본 요인을 암살하겠다'는 선언문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이후 윤봉길 의사의 의거 나흘 전 김구로부터 폭탄 등을 지급받았다.

다롄으로 가 국제연맹조사단을 환영나온 일본 관리들을 폭사시킬 계획이었지만 사전에 체포되고 말았다.

일본 경찰은 이들을 조사한 뒤 "애국단의 군자금은 모두 김구로부터 지출되고 있어 김구만 살해하면 자연 붕괴될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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